:런닝화로 즐기는 작은 사치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 날의 기분과 원하는 리듬에 따라 런닝화를 바꿔 신는다. 마찰음을 착착 내며 강하게 달리고 싶은 날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계절을 호흡하며 편안히 달리고 싶은 날도 있다.
내가 돈 많은 부자라면,
기분에 따라 스포츠카와 오프로드 SUV, 비즈니스 세단을 번갈아 탈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부는 내게 없다. 대신 신발을 바꿔 신으며 나만의 주행을 즐긴다.
신발이 달라지면 지면을 읽는 감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반발력도 제각각이다. 어떤 신발은 솜사탕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품어주고, 어떤 신발은 귀찮다는 듯 발을 곧 바로 튕겨낸다.
차로 치면 안정적인 세단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스포츠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발을 바꾼다고 차가 바뀌는 건 아니다. 엔진은 늘 내 심장이고, 팔과 다리는 구동축이다. 연료의 연소는 내 호흡이 맡는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주행 모드를 바꾸고 있다. 같은 엔진, 같은 섀시지만, 노면의 감각과 주행 느낌은 매번 다르다. 그래서 오늘의 달리기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주행이 된다.
런닝화의 평균 수명은 약 700 km. 1 년에 1400 km 넘게 달리는 나에겐 신발 두 켤레를 살 충분한 명분이 생긴다. 신발이 갖고 싶어서 달리는 건지, 달리다 보니 신발이 늘어나는 건지 가끔은 그 경계가 흐려진다.
기분 따라 런닝화를 골라 신는 호사.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가장 큰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치라기 보다는 내 삶의 주행 방식을 고르는 작은 선택에 더 가깝지 않을까.
여러 신발을 골라 신으며 차고에 늘어선 오색의 람보르기니를 떠올린다. 조금은 유쾌한 자기 최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