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린 성탄 아침

by 강재훈

성탄 아침, 우리 가족은 늦잠을 포기하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특별한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밖은 유난히 차갑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따뜻하다. 이브에는 파스타와 와인, 케잌으로 차분하게 서로를 축하했다. 이미 산타의 존재를 알고 있는 아들이지만, 엄마는 재미난 볼펜과 책을, 아빠는 눈놀이용 방수 장갑을 아들에게 선물했다. 산타는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있고, 우리는 그런 기쁨으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오늘의 이벤트인 아침 달리기를 위해 한강으로 향했다. 영하 1도를 가리키는 시계탑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활짝 웃으며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셨다.

“좋은 날에 너무 보기가 좋아요. 허허.“

잠깐의 친절과 웃음은 성탄절을 한결 풍요롭게 해주는 작은 기적 같다. 추운 날씨일수록 따뜻한 마음의 가치는 더 크게 느껴진다.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받고 찬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2km 남짓 달렸다. 오늘의 달리기는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탄 아침을 깨우는 마중물이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우리는 한강버스 선착장 안으로 들어갔다.

1층 편의점에서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진라면 순한맛을 사고, 2층 자동 라면 기계 앞에 섰다. 천장이 낮은 실내에 컵라면 모양 테이블이 놓인 그 공간은 아늑했고, 겨울에 먹는 라면의 향을 더 진하게 만들어주었다. 올 여름 융프라우에서 먹었던 신라면의 기억에도 뒤지지 않는, 겨울 한강 라면의 운치다.

옥상에 올라서니 맑은 하늘과 찬 바람, 아침 햇살이 한꺼번에 와 닿았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일찍 일어나 함께 달린 보람을 나눈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성탄의 작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는 결국 선물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축복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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