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리기 페이스를 눈에 띄게 끌어올린 후배가 있다. 함께 몇 번 달려보니 리듬감이 참 좋다. 체격 조건도 좋아서, 성큼성큼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인상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가 속도를 더 올리고 싶다고 했다. 신나게 달리다 뼈아픈 부상으로 석 달을 쉬어본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잘 달리고 있으니 속도 욕심은 내려놓고 힘 빼고 달리라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였다.
“속도는 신발 바꾸는 게 효과 직방이야. 아무리 운전을 잘 해도 일반 승용차로는 고속도로에서 포르쉐를 못 따라가잖아. 결국 신발이야.”
한동안 잠잠하던 후배가 얼마 전 N사의 레이싱용 런닝화를 샀다고 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엔 A사의 트레이닝용 신발도 샀단다. 지름신이 제대로 강림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A사 신발은 어때? 나도 좀 관심 있는데.”
“엄청 부드럽고 쿠션도 좋아요.”
“아 그래? N사 신발보다도 좋아?”
후배가 말했다.
“에이, 그럴 순 없죠. N사 신발 받았을 때는요, 진짜 빈 박스가 온 줄 알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번 뻥은 좀 심하다. 그런데도 ‘빈 박스’라는 표현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가벼운 러닝화와 조금은 심한 뻥. 그 조합이 가능한 건, 지금 그가 가장 좋은 무게로 달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