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재가속

달리기에서 배운 관성 이야기

by 강재훈

관성이라는 건 원래 물리학 용어다. 기존의 움직임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멈추지 않으려 하고, 멈췄다면 다시 움직이기 싫어하는 힘이다.

늘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쉬게 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흔들린다. 반대로 한동안 쉬던 사람이 다시 일을 시작하면 몸살부터 난다. 몸이 약해져서라기보다는, 관성이 깨졌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편한 상태에 빠르게 적응한다. 한 번 안주하면 그 상태가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달리기를 해보면 이걸 아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일정한 페이스로 꾸준히 달릴 때는 힘든 줄 모른다. 그런데 신호등이나 공사 구간 때문에 잠깐 멈췄다가 다시 뛰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래 속도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면 심박수는 급격히 올라간다. 같은 속도라도, 멈췄다가 재가속하는 건 전혀 다른 에너지 소모를 요구한다.

하지만 계속 같은 속도로만 달리면 기록은 어느 순간부터 향상되지 않는다. 몸이 그 속도에 완전히 적응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닝에는 인터벌 훈련이 필요하다. 일부러 숨이 찰 만큼 속도를 끌어올리고, 그 버거운 구간을 통과해야 다음 단계의 레이스가 가능하다.

사람에게 시련이 필요한 이유를 관성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무 시련이나 다 좋은 건 아니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은 회복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당한 흔들림, 잠시 숨이 가빠지는 구간은 우리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 준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완벽한 삶이 아니라, 멈췄다가도 다시 가속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갖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성을 이해하면, 인생의 정체 구간도 조금은 슬기롭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달리기 위한 준비 과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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