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알게 된 현재의 좌표
Sunburnt Miles는 내가 달리면서 스스로에게 붙여본 이름이다. 계절의 공기를 호흡하고, 햇빛에 몸을 그을리며,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달리기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구리빛 피부는 지금의 시간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흔적이다.
같은 길을 달려도 풍경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 속을 달리며 스친 감각과 장면을 남기고 싶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다시 본다고 해서 그 순간의 공감각을 온전히 되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음성도 자막도 넣지 않았다. 사실 그런 편집 기술도 없었다. 바람 소리와 새 소리,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소음은 가공되지 않은 그대로, 가장 솔직한 배경음이 되었다.
영상이 조금씩 쌓이자 채널에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면 존재의 의미가 또렷해지는 것처럼, 지금의 리듬을 부를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태양 아래에서 묵묵히 달리며 쌓은 시간과 거리. 그렇게 Sunburnt Miles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연과 호흡하며 혼자 달리다 보니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워 문장으로 옮겼고, 브런치를 통해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글에도 나만의 흐름과 리듬이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어느 날, 내가 쓴 글들을 이어서 읽어보니, 분명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향성이 보였다. 무리하지 않으려는 태도, 혼자보다 함께를 생각하는 마음, 단기 성과보다 미래를 위한 구조를 먼저 살피는 습관. 그것들은 내가 한 발 한 발 꾸준히 달리기를 이어가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요즘의 Sunburnt Miles는 유튜브 채널 이름을 넘어, 지금의 나를 가장 편하게 설명해주는 말인 것 같다. 이것이 앞으로도 그대로일지는 모르겠다. 리듬은 바뀔 수 있고, 속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의 나는, Sunburnt Miles라는 속도로 달리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