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500일, 미소가 돌아왔다

by 강재훈

듀오링고로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지 500일이 넘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 1분이라도 앱을 열어 공부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랍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시작은 재작년 여름, 가족과 함께 다녀온 스페인 여행 직후였다. 유럽이면 영어가 통할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바르셀로나를 벗어나자 금세 벙어리가 되었다.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여행을 마칠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왔으면,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약 6개월간 공부했다. 여행 전에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오히려 더 진해졌다.

다음해 여름 여행지는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였다. 이번엔 이태리어를 미리 공부해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 듀오링고로 6개월. 이태리어와 스페인어가 모두 라틴어 계열이라, 처음만큼 낯설지는 않았다.

스위스에서 우연히 들른 젤라또 가게. 백발의 할머니에게 이태리어로 인사하고, 바닐라 젤라또를 주문했다. 동양의 중년 남자가 신난 얼굴로 이태리어를 쓰는 모습이 재미있으셨는지, 할머니는 젤라또를 퍼시며 한참을 웃으셨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가 아는 단어 몇 개를 더 보탰다.

"Arrivederci. (안녕히 계세요)“

마무리 인사까지 깔끔하게 하고 나오자, 옆에 있던 아들은 살짝 부끄러운 표정이다.

이태리로 이동한 후, 나폴리의 한 식당에서도 이태리어로 화이트 와인 두 잔을 주문했다. 나중에 가이드 선생님이 물으셨다.

“선생님, 이태리어 하세요?”

서빙하던 사람이 “저 사람 이태리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Un poco. (조금요)”

아내와 아들은 이번에도 얼굴을 감싸며 웃는다.

하루에 듀오링고에 쓰는 시간은 길어야 5분 남짓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들이 쌓여, 그들의 언어로 짧은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게 됐다. 그 안에는 ‘나는 당신네 나라가 좋아서, 언어도 조금 배워서 왔다’는 내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늘 밝은 미소와 따뜻한 친절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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