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배우고 멀리 간다

by 강재훈

나는 운동을 비교적 쉽게 배워왔다. 나름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라 TV 중계를 보거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요령을 익혔다. 골프도 주재원 시절, 그린피가 싸다는 명분으로 레슨 없이 곧장 필드에 나가 잔디를 퍼 올리며 배웠다.

이런 방식은 초반 성장이 빠르다. 기초 훈련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고, 바로 실전에 들어가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만의 요령과 스킬도 금세 쌓인다.

반면 내 아이는 운동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레슨을 통해 기본부터 익히게 했다. 배드민턴과 스키가 그렇다. 진도는 느리지만, 기본을 바로 잡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쓴다.

시간이 지나면 두 방식의 차이는 분명해진다. 레슨을 통해 기초를 차근히 익힌 쪽이 결국 더 멀리, 그리고 더 꾸준히 나아간다. 프로의 동작을 흉내 내며 순간의 손맛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새로운 기술을 얹고, 응용하는 일은 기초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리한 동작은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젊을 때는 근력과 유연성으로 부족한 기초를 어느 정도 덮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효과는 점점 무뎌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하던 운동조차 마음껏 즐기기 어려워진다.

기초는 느린 길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게 해주는 힘이다. 운동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삶도 마찬가지다. 기반이 약한 성장은 쉽게 흔들린다. 반대로 바닥이 단단하면, 시작이 느려도 끝까지 형태를 유지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보이지 않는 기초 위에서 자란다.

매거진의 이전글듀오링고 500일, 미소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