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겨울 여행으로 스키장을 찾았다. 기온이 내려간 공기는 차갑고 선명했다. 아내와 아들은 슬로프를 연거푸 오르내렸고, 나는 아래에서 유유하게 하강하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흩날리는 눈발 속을 미끄러지는 감각을, 아들이 온몸으로 느끼며 스키의 재미에 자연스레 빠져들길 바랬다.
사흘 동안 스키를 타며 가장 좋았던 건 리프트 앞에서 기다릴 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줄이 없으니 흐름이 끊기지 않았고, 낮의 피로는 밤잠으로 말끔히 정리됐다. 스키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엔 묘한 어색함이 남았다. 겨울 성수기임에도 슬로프는 한산했다. 앱으로 확인한 입장객 수는 오후 피크 타임에도 천 명 남짓. 해마다 같은 시기에 이곳을 찾았지만, 이렇게 조용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슬로프를 둘러보니 대부분 가족이나 연인처럼 소규모로 온 사람들뿐이다. 학교나 단체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변화가 일시적인 유행 탓인지, 삶의 구조가 달라진 결과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계절이 건네는 즐거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점점 줄어든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얀 눈밭 위에 펼쳐진 넉넉한 여백은 동양화처럼 고요했다. 그 여백 덕분에 우리는 최고의 환경에서 겨울을 즐길 수 있었다. 즐거움은 조건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여유가 확보될 때 비로소 깊어진다는 걸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