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방패가 되지 않는 시대

by 강재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원래는 IT와 가전 제품 중심의 박람회였는데, 어느덧 전기차가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인간의 움직임과 거의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무대에 올랐다.

과거의 신기술들은 우리가 해오던 일과 삶을 조금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요즘 AI와 로보틱스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기술의 흐름이 생산 방식을 넘어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변화는 우리의 일과 가치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전에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오래 경험한 시간들이 내가 남들보다 앞서 갈 수 있는 확실한 자산이었다. 지식은 쌓일수록 단단해졌고,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무기가 됐다. 운이 조금 따랐던 사람에게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쉽게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산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전문성을 가졌다고 믿어온 영역도 결국은 내가 공부하고 경험한 비교적 좁은 범위 안에 갇혀 있다. 반면 AI는 훨씬 넓은 분야에서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까지 흡수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넘어 등장한 피지컬 AI는 센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실제 행동까지 수행한다. 인간의 활동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노동과 직업의 영역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경험이 더 이상 안전한 방패가 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할까.

더 많이 배우고, 더 오래 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과 삶을 이어갈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지, 이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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