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겨울 여행은 늘 비슷하다. 가평과 춘천, 북한강을 따라 이어진 길 끝에 위치한 조용한 풀빌라. 해마다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곳을 떠올리고, 특별한 상의 없이도 그 방향으로 차를 몬다.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는 우리만의 리듬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낮에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저녁엔 바베큐를 즐긴다.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질 즈음이면 하루의 피로도 함께 풀린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의 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지역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숯불 닭갈비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숲속 조용한 카페에 들러 케익과 커피를 나눈다. 대개는 이런 흐름을 이틀쯤 반복한다. 새로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찾다 보니 길마다 추억이 서려있다. 청평의 한 카페 앞을 지날 때면 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주유를 하고 신용카드를 주유기에 꽂아둔 채 떠났던 날. 카페에서 결제를 하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고, 모두가 놀랐던 그 순간은 이제 우리 가족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됐다.
이번에도 작년에 묵었던 펜션을 다시 찾았다. 강가에 자리해 창밖 풍경이 그림 같고, 객실 바로 앞에 차를 댈 수 있어 짐을 옮기기도 편하다. 언제든 라면 자판기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고, 고기를 구우면 나타나는 고양이도 어느새 고정 손님이 됐다.
체크인을 하고, 북한강변으로 나가서 온 가족이 함께 조깅을 했다. 서울의 한강 하류와는 다른, 더 맑고 차가운 공기. 갈대밭 사이로 비치는 석양이 우리의 차가운 뺨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살다가, 잠시 일상에서 빠져나와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이 시간. 이건 애써 만들어낸 행복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말없이 건네는 소박한 선물이다.
큰 이벤트도, 특별한 계획도 없지만, 이런 겨울의 반복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익숙한 만큼 더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