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 낯선 곳에서 나를 정렬하는 시간

by 강재훈

낯선 동네를 여행할 때면, 잠시 시간을 내서라도 30분 정도 조깅을 한다. 내가 머물 동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의 모양과 노면의 감촉, 상점의 모습, 사람들의 걸음걸이. 앞으로 이 곳에서 보낼 나의 시간을 미리 가늠해보는 시간이다.

이런 습관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한 번에 깊숙이 빠져들기보다는, 그 일이 나와 어떤 호흡을 만들어낼지부터 먼저 살핀다. 사람을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성과를 위한 관계인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삶의 철학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새로운 관계나 환경 앞에 설 때면, 늘 조깅하듯 속도를 늦추고 분위기를 읽는다.

낯선 곳에서의 조깅은 이질적인 공간에 놓인 나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포츠에서 홈 경기 승률이 아무리 높아도, 어웨이 경기 승률 없이는 전체 성적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조금 불편한 환경에 나를 자주 놓아둘수록 관계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고, 새로운 일에 대한 확장성도 자란다. 우리가 휴가를 떠나 낯선 곳을 찾는 데에는, 단순한 쉼 이상의 이유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낯선 동네에서의 짧은 조깅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리듬을 찾기 위한 준비 운동이다. 흐트러진 감각을 정리하고, 호흡과 보폭을 지금 이 공간에 맞춰 정렬한다. 그래서 조깅은 내가 어디에 있든, 나의 리듬으로 스스로를 다시 맞추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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