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비결로 흔히 음식과 운동을 떠올리지만, 최근 어떤 연구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유전적 다양성을 꼽았다.
예전 한국 기업에는 공채로 시작된 기수 문화가 있었다. 내가 학위를 마치고 입사했던 첫 직장에서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내게 기수를 물었다. 직급은 승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입사 연도를 기준으로 선후배 관계를 가늠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이 흐르고 내가 회사를 떠날 무렵에는 그런 질문이 거의 사라졌다.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면서 기수 자체가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타 기업 출신이 이 회사의 사장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기면서 ‘우리’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곁에 많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다양성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과거 유럽의 어느 왕조는 근친간 결혼이 반복되며 심각한 유전병에 시달렸고, 이는 왕조의 존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양성의 부재는 개인의 몸뿐 아니라 조직과 국가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실리콘밸리가 오랜 시간 창조와 혁신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온 배경에도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다양성을 단기간의 성과를 저해하고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여기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불편함이 아니라 내 생각과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순간, 조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다양성은 비용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길러야 할 생명력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