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사회 곳곳에서 흔히 듣는다.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위쪽에 선 팀이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 겉으로는 같은 규칙과 출발선처럼 보이지만, 이미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내가 이 표현을 처음 들은 건 이직 후 3년쯤 지났을 때였다. 오랜 기간 이 회사에 몸담았다가 은퇴하신 분을 운 좋게 멘토로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분은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를 해주셨다. 현실을 숨기지 않고 말씀해 주신 그 진솔함이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남아 있다.
그전까지 나는 모든 운동장은 평평하다고 믿고 살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나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혜자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무지였을 수도 있다.
대학 시절 읽었던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일본의 한 수학자는, 자신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없기에 어떤 일이든 남들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들일 각오로 임한다고 했다. 그 문장은 큰 울림이 되었고, 나는 그 문구를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사람은 각자 다른 유전자를 물려받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다. 애초에 완전히 평평한 운동장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할 수 있다. 운동장의 기울기를 탓하기보다는,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건설적인 태도일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학습을 통해 매일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이어가는 태도. 이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기울어진 운동장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운동장이 평평해지는 순간, 그동안의 꾸준한 학습과 수련의 시간이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