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의 연습, 백 번의 퇴고

by 강재훈

십회시연(十回試演) 백회퇴고(百回推敲).

대학원 시절, 지도 교수님께서 연구실의 모든 학생들 책상 앞에 A4 용지로 크게 붙여 주신 문구다. 발표를 할 때는 열 번 연습하고, 논문을 쓸 때는 백 번 고쳐 쓰라는 말씀이셨다.

세미나 발표를 위해, 나는 ‘십회시연’을 실제로 실천했다. 기숙사 방에서 슬라이드를 넘겨가며 소리 내어 발표 연습을 했고, 연구실에 출근해서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슬라이드 없이도 머릿속 이미지에 의지해 발표 연습을 이어갔다.

마음 속으로 외우는 것보다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걸 그때 알았다. 준비를 많이 한 만큼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고,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덕분에 세미나 발표에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논문 작성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초고를 써서 교수님께 드리면 빨간 글씨가 빼곡히 채워진 수정본이 돌아온다. 내가 파란 글자로 고쳐서 다시 보내면, 교수님은 기존의 빨간 글씨를 검정으로 바꾸시고 새로운 빨간 첨삭을 더하신다. 그러면 나는 내가 수정했던 파란 글씨를 다시 검정으로 바꾼 후에, 또 다른 파란 수정본을 만들어 보낸다.

이 과정이 백 번까지 이어진 건 아니지만, 수십 번을 거치고 나면 논문 위의 빨강과 파랑색 글자는 거의 사라진다. 문장은 단단해지고, 군더더기는 정리되며, 논리는 뚜렸해진다. 그 즈음이 되면, 교수님은 미심쩍은 듯하시면서도 나즈막히 말씀하신다. 어느 저널에 투고하면 좋을지 알아보라고.

삶에는 연습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게 ‘십회시연 백회퇴고’는 연습이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해 준 시간이었다. 완성은 한 번의 영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견딘 시간의 응축에서 나온다는 걸 비로소 몸으로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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