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더니, 작년에 내 팀원이었던 친구가 놓고 간 청첩장이 있었다. 내가 점심을 늦게 마치는 바람에 마주치지 못한 것 같다. 봉투에는 내가 예전에 맡았던 직책이 이름 뒤에 차분하게 적혀 있었다.
메신저로 연락해 오후에 차 한 잔을 함께 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했고 결혼 준비도 길게 이어진 탓인지 약간 피곤한 기색도 보였다. 큰 행사를 앞두고 이제는 어서 끝내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 묻지도 않은 말을 꺼내고 있었다. 법륜 스님이 쓰신 <스님의 주례사>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15년 전에 읽은 책이라 대부분의 내용은 희미하지만, 한 문장 정도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는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배우자를 통해 덕을 보려는 마음이 생기면서 갈등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지금보다 무언가 더 좋아지겠지라는 생각, 그 기대 자체가 결국 상대에게서 덕을 보려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결혼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비슷하다. 내가 이 사람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먼저 계산하는 순간, 관계는 조금씩 불편해진다. 반대로 내가 먼저 작은 덕이라도 베풀 수 있다면 그 관계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가까운 지인에게서 들은 말도 떠올라 덧붙였다. 가족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게 다 내 덕이야’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어떤 일이 내 손을 거쳐 이루어졌더라도, 그것이 꼭 나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 일은 가족 중 누군가의 좋은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옛 이야기를 늘어놓는 꼰대가 되었지만, 그 친구가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한 번쯤 떠올려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 초심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꺼낸 말이기도 했다.
부부 사이에서도, 가족 관계에서도 서로에게 덕을 건네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공을 함께 나누는 것. 어쩌면 오래도록 편안한 관계라는 것은 서로에게 작은 덕을 건네며 이어온 시간 덕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