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장, 시스템의 시대

by 강재훈

한일전 야구 중계를 보면, 일본과 한국의 야구 역사가 그 차이를 증명하듯 두 팀 사이에는 분명한 실력 차이가 존재함을 느낀다. 하지만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그 양상은 꽤 달라졌다.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우리나라 타자들의 실력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점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이제는 투수보다 야수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과거 한일전을 떠올려보면 한국은 타력보다는 투수력이 더 강한 팀이었다. 일본의 정교한 타자들을 상대로 우리 투수들은 놀라울 만큼 집중력 있는 경기를 펼쳤다.​ 반면 타자들의 성과는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빠른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에,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더한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하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국제 대회를 보면 타자들이 경기를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해내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한국 야구의 또 다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한일전을 그저 승부로만 보며 결과에 아쉬워한 기억이 많다. 하지만 이제 일본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경기를 보니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욱 돋보인다. 야구의 역사만 보아도 그렇고, 인프라와 육성 체계까지 생각해 보면 두 나라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기를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그 격차를 개인의 성장으로 메워 왔다. 한 세대에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면 경기는 다시 팽팽해졌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대등한 라이벌 관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세대의 재능은 그 자체로 빛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세대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다시 개인의 분투가 아니라 그 성장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이다. 한 세대가 만들어낸 변화가 다음 세대에게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결국 그것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다.

단기간에 구조의 격차를 좁히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이어가는 것은 구조와 시스템이다. 이는 스포츠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그리고 국가 경영에도 적용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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