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 흐름을 막는 단 하나

by 강재훈

산업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처럼 전해지는 책이 있다. ‘더 골 (The Goal)’. 물리학자인 엘리 골드렛 박사가 쓴 이 책은, 제약 이론 (Theory of Constraints, ToC)을 문답 형식의 소설로 풀어낸다. 폐업 직전의 공장을 맡은 공장장이 운영상 비효율을 제거해 가며, 수익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핵심 메세지는 명확하다. 조직의 성과는 가장 약한 고리, 즉 병목 공정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병목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대학원 시절에 처음 접했다.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했던 상황에서, 산업공학의 이론과 응용을 보다 빨리 체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게 이해했지만, 이 책이 왜 ‘산업공학의 필독서’로까지 불리는지는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른 몇 년 전,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학생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소설 속 장면들이 직장에서 겪은 실제 모습들과 겹쳐지면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공장 속 어떤 기계는 투입할 부품이 없어 놀고 있는 반면, 가동률을 높이려 무리하게 생산한 제품들은 갈 곳 없이 재고로 쌓여가는 모습은 공급망 관리가 무너진 기업들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최근에 달리기를 하는데 왼쪽 종아리에 미세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부상을 피하려고 운동 강도를 낮추고, 속도 대신 안정적인 주행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지금 내 달리기의 병목은 종아리의 작은 통증이다. 다른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이 한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는 속도를 낼 수 없다. 당분간은 저속 주행에 만족해야한다. 병목 공정과 제약 이론이 내 달리기에 그대로 적용되는 순간이다.

젊은 시절에는 강점을 앞세우는 데 집중했다. 잘 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면, 부족한 부분은 어느 정도 가려진다고 믿었다. 속도와 성장의 시대에는 실제로 그렇게 성과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속가능한 접근법은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나의 가장 약한 고리를 외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때는 더 열심히 하기 전에, 지금 우리의 흐름을 막고 있는 단 하나의 병목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병목은 그대로 둔 채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으면, 결국 불필요한 재고만 쌓이게 하는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성과는 노력의 총합이 아니라, 가장 약한 고리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흐름을 막는 그 한 가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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