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을 놓친 계획의 함정

by 강재훈

매년 연말이 되면 기업들은 어김없이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운다. 매출은 얼마나 성장시킬지, 비용은 얼마나 절감할지, 생산성과 재고 회전율은 어떻게 높일지를 수치로 구체화한다.

이 모든 계획의 배경에는 늘 같은 생각이 자리한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잘해야지.’

하지만 이 ‘더 잘하자’는 마음이, 전체 성과를 악화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각 부서는 자기 영역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 결과가 전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기업의 성과는 보통 매출과 이익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개별 지표의 합이 아니라, 전체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Throughput이다. 제약 이론에 따르면, 이 Throughput은 전체 밸류 체인 중 가장 약한 고리, 즉 병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계획 수립의 출발점은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공정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흐름을 가장 크게 제한하고 있는 지점이어야 한다. 병목 공정을 기준으로 현실적인 기본 계획을 세우고, 그 병목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중심으로 연간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여기서 실수를 반복한다. 과거의 병목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것이 여전히 병목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관성의 오류다.

한때 병목이었던 공정이 지금은 여유를 확보했음에도 여전히 그 기준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계획은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는 것이다. 자원은 엉뚱한 곳에 투입되고, 시장 수요로부터 설비와 자재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급행 물류와 같은 추가 비용을 쓰지만, 그 비용은 회수되지 못한 채 재무 부담으로 귀속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잘못 짚은 병목을 기준으로 무리한 stretch 목표까지 더하는 경우다. 여러 부서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피로도는 가중된다. 작은 성공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이, 패배의 기운이 조직 전반에 스며들 수 있다.

병목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장 상황, 자원 제약, 운영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래서 병목은 한 번 정의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추적해야 하는 대상이다.


조직이 목표를 세울 때 필요한 것은 ‘올해보다 더 잘하자’는 다짐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의 흐름을 막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악하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서 출발할 때, 목표는 비로소 살아 움직이고, 계획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은 성취의 경험을 쌓아가며, 점점 더 강한 실행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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