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인데도 알람을 맞춰두고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광화문에서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과 아침 술자리가 있는 날이다.
광화문 인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데, 옛 멤버들이 이 레이스에 참가한다. 나도 초대를 받았지만, 매주 한강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터라, 굳이 사람에 치이며 달리고 싶진 않았다.
대신, 레이스 후 식사 시간에 맞춰, 광화문까지 혼자 달려 가기로 했다. 집을 나와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강을 따라 뛰었다. 성수대교 위에 올라서자, 한강을 가로지르는 공기의 결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응봉산 아래를 지날 때는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었고, 중랑천을 따라 한양대까지 이어진 길에는 연분홍 벚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도심으로 들어서자 달리기의 리듬도 조금 바뀌었다. 신호등이 만들어낸 짧은 멈춤 덕분에, 호흡과 근육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왕십리와 신당을 지나 청계천에 닿고 보니, 마라톤 대회에 참가 중인 러너들이 마지막 구간에서 힘을 쏟고 있었다. 나는 그 흐름을 살짝 비껴, 청계천 아래 산책로로 내려갔다.
붐빌 거라 생각했던 이 길은 의외로 한산했다. 물가를 따라 천천히, 그리고 품위 있게 걷는 하얀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백로처럼 보이는 이 새는 여유롭고 우아한 걸음으로 물가를 걸었고, 외국인 관광객 몇몇이 숨 죽인 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따스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청계 광장에 도착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선 식당에는 이미 레이스를 마친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레이스를 마친 뒤 먹는 선지 해장국과 소맥은, 서로에게 건네는 진한 격려처럼 느껴졌다.
한강, 중랑천, 청계천을 따라 이어진 봄 날의 달리기는 그 어떤 공식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스스로 선택하며 달렸던 이 시간은, 어떤 완주 메달보다 소중한 여운으로 내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