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레이스에 담긴 진심

by 강재훈

내가 러닝과 글쓰기를 즐겁게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후배가 있다. 이 친구도 러닝과 글쓰기에 진심이라, 내가 이것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종종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간만에 얼굴 한번 보자며 저녁 약속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대회 사흘 전부터는 피해서 잡자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10km 구간만 뛴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물었다. 이 친구는 풀코스를 서브4로 뛰는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10km인데, 그렇게까지 할 거 있어?”

그러자 후배가 웃으며 답했다.

“형, 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마라톤은 마지막 10km가 제일 힘들대요. 풀코스도 마지막 10km, 하프도 마지막 10km가 제일 힘들대요. 그래서 10km는요… 처음부터 계속 힘든 거래요.”

아재개그 같긴 했지만, 묘하게도 재미있는 말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초반의 실수를 후반부에 만회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온 정성으로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방심을 허용하지 않고 온전히 하나의 일에 몰입하는 것은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더 먼 거리를 뛴다고 해서 더 위대한 것도 아니고, 거리가 짧다고 해서 만만한 일도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일의 크기로 태도를 정한다. 큰 일에는 더 신중해지고, 작은 일에는 조금 소홀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일이라면, 그 자체로 정성을 다해 임하는 것이 더 인간적인 태도가 아닐까.

짧은 레이스라고 해서 가볍게 대하지 않는 마음. 그 아낌없는 진심이 사람의 깊이를 만들고, 일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와의 만남은 늘 밀도 있는 대화와 진한 취기로 이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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