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접한 휴대폰은 일명 탱크 폰이었다. 삐삐가 있어서 그다지 휴대폰을 쓰고 싶지 않았다.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주변인들이 연락하기 힘들다며 구매를 종용했다.
결국 엄마가 탱크 폰을 사주며 요금은 나보고 알아서 해결하라 했다. 조금 억울했다. 그때 당시 IMF 시기라 취직이 안 돼서 단기 알바 중이었다.
"나는 필요 없는데, 요금이 비싼데!"
울며 겨자 먹기로 알바 시간을 늘려야 했다.
삼성폰 마니아였던 나는 다른 회사 폰을 쓰다가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유는 글자판 때문이었다. 낯섦이 불편함으로 발생한다. 불편하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익숙함을 찾기 위해 삼성폰만 고집하게 됐다.
그러다 스마트 폰이 나왔지만, 선 듯 손이 가질 않았다. 기계치인 나는 스마트폰이 무서웠다. 큰맘 먹고 시도해 봤지만, 하루 만에 다시 폴더폰으로 교환해 왔다. 전화가 오는데 받을 수가 없었다. 밀어서 받으라는데 아무리 해도 안 돼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폴더가 편해서 그냥 썼다.
몇 년 후 여러 번 시도 끝에 드디어 첫 스마트폰 갤럭시 S3을 사서 일주일간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기능을 터득해 갔다. 그 덕에 지금은 잘 다루는 편이다. 휴대전화로 동영상 편집해서 ppt 자료 만들고 이비스 페인트로 그림 그려서 브런치에 올리고 줌 수업 들으며 공부도 하고 유튜브 보며 노트북도 고쳤다. 순간순간 아이디어 떠오를 때 음성 keep 메모해서 좋고, 전자책을 보거나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렇게 휴대폰이 나에게 해준 게 너무 많아 나열하기도 힘들다.
손바닥만 한 게 왜 이리하는 게 많은지 신통하다.
"휴대전화 너는 어디까지 할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