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열심히 체력을 불태우며 일했으니 주말 이틀은 쉬어도 되는데 버릇은 무서운 거라 같은 시간이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바로 배꼽시계도 덩달아 '꼬르륵꼬르륵' 소리를 낸다.
"왜? 늦잠을 못 자는 거야?"
의문이 들지만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배고픔에 대는 대로 음식을 입속에 쑤셔 넣고 할 일을 다 했다고 방으로 돌아간다.
가만히 있고 싶지만 내 몸은 꿈틀거린다. 뇌도 움직임에 반응해 '나갈까?' 말을 건다.
그 꼬임에 넘어가 날씨와 그날을 콘셉트에 맞게 의상을 입고 이어폰(무선, 유선) 2개와 각종 준비물을 챙겨서 문밖을 나선다.
내 가방에 늘 존재하는 물건은 휴지, 물티슈, 손수건, 손 세정제, 마스크, 여성용품, 머리끈, 대일밴드, 위장약, 두통약, 볼펜, 메모지, 모자, 미니 보온병에 커피믹스, 포도당 사탕 몇 개, 핸드 로션, 비상용 현금 요 정도로 때에 따라 가짓수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준비물만 있으면 나는 어디든 간다.
오늘도 아무런 계획 없이 혼자 밖으로 나간다. 처음 목적지는 용산이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잘못 타서 홍대로 목적지 변경 정처 없이 걷는다. 결혼하고 15년 만에 간 그곳은 거리나 골목 구성은 그대로인 반면 건물이나 상점들이 다 달라져서 익숙함과 낯섦이 공전해서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아 집으로 방향을 바꾸고 큰길로 바람을 맞으며 콧구멍에 바람을 듬뿍 넣었다.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다. 보통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를 11분에 걷는다. 기분이 좋거나 듣는 음악이 마음에 들면 더 빨라진다.
하지만 우울하거나 음악이 별로면 몸에 힘이 빠져서 느려진다.
아이 둘 낳고 내 몸은 살들에 둘려 싸였다. 뒤늦은 재취업으로 2년 동안 12킬로가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며 결혼 전 스트레스 해소법을 다시 시작했다. 바로 걷기다. 그냥 걷기가 아니다.
무조건 걷는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 자세와 발 디딤과 보폭이 중요하다. 자신 몸에 맞게 보폭을 맞춰 고개를 들고 시선은 정면으로 먼 곳을 응시한다. 허리는 바르게 세우고 자연스레 팔을 움직여준다.
가장 중요한 건 발을 디딜 때 뒤꿈치가 먼저 닿고 앞발 가락이 제일 나중에 닿아야 한다. 춤을 추듯 박자에 맞게 일정하게 걸으며 약간 숨이 차도록 속도감이 있어야 땀이 저절로 난다.
그렇게 3~4시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속에 있는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가면 가뿐한 몸과 정신을 얻게 된다. 그래서 걷는 게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