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차콜색으로 아침을 시작했지만, 점점 더 검정이 섞이며 어두운 색으로 변질되고 있다.
어둠과 어울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옷자락 끝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끊고 싶어 자락을 찢어 버리지만 이미 위까지 물들여 버렸다.
감정이 동화돼서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물수건으로 닦아도 물에 담가 빨아도 없어지지 않고 그 물길을 따라 번져가 짙은 차콜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시작점 색이 옅어진다.
감정이 절정에 다다라 색을 거둬들인다.
하지만 깔끔하지 않게 얼룩을 남긴다. 세련되게 경험치를 툭하고 던지고 퇴장한다.
온전히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의문이 들지만.
그걸 주섬주섬 주어서 마음 한구석에 보관한다. 언제가 써먹을 때가 있겠지?
가끔 울분으로 진정 안 될 땐 그 쓸쓸함을 꺼내 덮으면 차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잘 보관해야 한다.
어떤 감정들은 다른 감정으로 덮어지기도 하고 물들기도 해서 변화되지만, 감당이 안 되는 큰 감정들은 혼자임을 굳건히 지키며 자신을 드러내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다른 해결책을 만들어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 감정에 잠식돼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내가 나이길 바란다면 해결책을 마련 못 한 감정에 치달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 하나를 만들어 요청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미리 말해둬야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