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
나에 예민함은 안 좋을 때가 더 많지만 좋을 때도 있다. 가족건강을 쉽게 알아차린다.
애들이 어릴 때부터 숨소리와 몸짓을 보고 아픈 것을 빨리 알아채서 가볍게 지나가는 편이 많았다.
첫째가 어릴 때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다 왔는데도 며칠째 기침이 심했었다. 이상하게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날도 병원에 가서 약을 다르게 지어왔는데 밤새 숨소리가 이상해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소아과에 가니 선생님이 폐렴 갔다고 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고 했다. 부리나케 큰 병원으로 가서 아이는 폐렴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다행히 심각 수준이 아니라서 며칠 치료받고 태원했다.
둘째 초등 시절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조태를 하고 왔다. 병원에 갔다 와서 괜찮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음날 아이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배를 만져보니 내가 맹장 수술 전 증상과 같아서 아무래도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촉이 왔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큰 병원에 갔다. 그때는 코로나 시절이라서 열이 나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응급실 옆 대기 병실에서 격리된 채 결과를 기다렸다. 만 하루를 격리병실에서 보낸 후 코로나가 아니라는 판정 후 검사가 시작됐다.
내 예상대로 아이는 급성 맹장염으로 빨리 수술해야 했다. 빨리 간 덕분에 아이는 수술도 잘되고 회복이 빨라서 다행이었다.
주말부부 시절에 남편도 큰 사고가 났었는데 내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한 적이 있었다. 음성이 다른 때와 달랐다. 작은 떨림과 그 떨림을 들키지 않으려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말하는 중간중간에 숨이 고르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불안이 엄습해왔다. 나는 단호하게 물었다.
"당신 솔직히 말해요! 지금 아프죠!"
남편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입을 떼었다.
"미안해, 놀라지 말고, 들어 사고가 나서 지금 병원이야."
내 촉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 남편도 가끔 내가 무서울 때가 있다고 했다.
아기 때부터 가는 소아과에서도 선생님이 나를 신기하게 보신다. 나의 모든 신경은 가족을 향해있다. 유일하게 우리 집 식구의 음성과 몸짓 눈을 보면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도 나는 쉴 수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