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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은 사랑이다

엄마

by 깨리

엄마는 무뚝뚝하다. 하지만 언제나 우릴 위해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주신다. 엄마의 요리는 마음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향기로 코끝을 자극하고 침샘을 가동해 입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음식이 입속으로 들어오기 전 머릿속은 온통 먹을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에게 유일한 맛난 음식은 엄마 손에서만 나온다.


친정에만 가면 과식을 한다. 엄마는 손이 빠르고 음식도 넉넉히 하신다. 주변 사람들도 인정한 손맛의 장인이다. 내가 어릴 때는 고추장 된장도 직접 만드셨다. 메주 만들 때 콩을 삶은 데 훔쳐먹다가 걸려서 혼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생각하면 그 맛이 그리워 입가에 침이 고인다.


직접 만들어주시는 팥칼국수는 일품이다. 직접 만든 팥 굴물은 진하고 맛이 깊어서 눈을 감고 음미하게 만든다. 면도 손수 밀대로 밀어서 가지런히 잘라서 팥 국물에 훌훌 풀어 넣으면 얼마나 탱탱하고 쫄깃쫄깃 한지 입에 착착 감겨 스므스하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와, 생각만 했는데도 배속에서 꼬르륵꼬르륵한다.


어릴 때 엄마랑 쑥을 캐다가 쑥 버무림이랑 쑥개떡을 만들면 나는 막내지만 그때만큼은 큰소리와 함께 접시를 사수한다. 다른 건 몰라도 개떡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하나 더 보태면 쑥인절미다. 콩가루에 퐁당 넣어 이리저리 굴려서 먹다 보면 입가는 노랗게 변해 먹는 티를 내게 만든다.


밀가루, 계란, 패킹 파우더만 있으면 얇디얇은 마름모꼴 모양의 계란 과자에 호떡같이 생긴 두툼하고 폭신한 계란빵을 맛볼 수 있다.

만드는 것도 쉽다. 계란 세 개를 풀어 밀가루와 소금, 베킹 파우더를 한 꼬집 넣고 되직하게 반죽을 만든다. 너무 질퍽하지도 퍽퍽하지도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반죽이 실패하면 우유 또는 물을 부어 농도를 맞추면 된다.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숙성해 프라이팬에 호떡을 굽듯이 앞뒤로 잘 구워주면 공갈 호떡만 한 계란빵이 완성된다. 쭉쭉 짖어 꿀이나 잼을 찍어 먹으면 입안이 가득 차고 콧노래가 나온다.

가끔 혼잣말로 '맛난 거 먹고 싶다' 할 때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필요할 때다. 어쩌면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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