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배속에서부터 남달랐다.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로 잘 놀아서 모르는 사람이 봐도 꿈틀거리는 게 보일 정도다. 2주에 한 번 보는 주말부부라서 큰애를 혼자 돌보며 너무 힘들어 늘 잠이 모자랐다. 그날도 비몽사몽으로 정신이 없는데 진통이 시작됐다. 배가 아픈 와중에도 순간순간 졸음에 빠져버렸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남편을 흔들어 깨워 말했다.
"병원 가자!"
나는 나대로 준비해야 했다. 급하게 병원에 갈까 봐 미리 정리해 둔 아기 물품들을 여행 가방에 넣고 내가 필요한 물건과 옷가지들을 가방에 챙겨 남편을 또 한 번 깨우고 자는 큰아이를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고 큰딸 용품들을 또 다른 가방에 챙겨 애들 아빠에게 가방 세 개와 큰딸을 챙기라고 신신당부하고 식구 모두 새벽에 산부인과로 향했다.
둘째라서 빨리 나온다고는 알았지만 이렇게 후딱 나올지 몰랐다. 내가 집에서 진통하며 기절하다시피 순간순간 잠이 들어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 줄 인지하지 못했나 보다.
병원에 도착한 지 2시간도 안 돼서 둘째는 우렁찬 울음으로 자신에 존재를 드러냈다.
당직 의사 선생님이 자다가 놀래서 나오셨다. 다행히 내 담당 의사 선생님이라 안심이 됐다.
쪼끄맣고 어여쁜 입에서 쩌렁쩌렁한 울음을 쏟아내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글동글한 두상에 우리 집에서 볼 수 없는 뽀얗고 새하얀 피부였다. 너무 하얗고 투명해서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가늘고 길쭉해서 갓난쟁이 손발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활동량이 많은 아기는 수없이 발길질하다가 속싸개 밖으로 발을 내밀기 일쑤였고, 손을 휘청거리며 얼굴에 상처를 내서 손 싸개를 해야 했다.
먹성도 좋아서 모유로는 감당이 안 돼 분유로 갈아탔다. 얼마나 잘 먹는지 볼이 빵빵해서 사랑스러웠다. 이렇듯 둘째는 나를 들었다 놨다 하며 정신을 놓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