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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라 말한다.

by 깨리

젊은 시절부터 머리 염색에 진심이었으나 파격적 변신은 꿈꾸지 못했다. 그 시절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는 머리색과 의복은 통제 아닌 의무였다.

용모단정이란 말이 왜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청바지는 안되고 현란한 머리색은 반항으로 여겨 저 괘씸죄가 되어 불이익으로 걷어차이고 튀는 옷차림은 단정하지 못하다며 밤무대 나가라며 인격을 깔아뭉갰다. 개성을 드러내면 안 되고 남들과 같아야 하며 뭐든지 눈에 띄면 토끼를 만난 늑대처럼 이를 들어내고 물어뜯었다. 진짜 나를 동굴에 가두고 가면을 쓰고 생활했다. 결혼하고 이제는 원하는 색으로 염색해도 되나 했지만 고지식한 시어머니 눈치가 보여 실패했다.


애를 둘 낳고 세월의 때가 묻는 나는 또다시 카키색 염색의 염원을 이루려 했으나 실패다.

헤어숍 원장님이 나와 동갑이라 친하게 돼서 이런저런 소리를 솔직히 해준다.

"원장님 저 카키색으로 염색해 주세요"

"어머, 언니! 안 되는데..."

"어?, 왜요?"

"언니는 이제 새치 염색 해야 돼요! 그리고 카키색은 탈색을 두 번 정도 하고 염색해야 하는데 언니 머리는 못 버텨내요. 새치 염색이 시급한데요."

"정말요? 어떻게 안 될까요?"

"네, 흰머리는 카키색이 잘 안돼요."


그때부터 나는 한 달에 한번 염색한다.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현재는 새치 염색이 아닌 흰머리 염색이다. 어느덧 앞머리 라인 전체가 흰색으로 변해서 앞머리를 없애고 싶지만 흉해서 볼 수가 없다. 친언니와 5살 차이가 나지만 내가 흰머리가 더 많은 실정이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흰머리가 아닌 새치 염색이라고 말한다. 그게 나에게 던지는 하나의 위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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