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 프로젝트
오늘의 목적지는 종로 영풍문고다.
드디어 공저 책이나 왔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간다. 장년에 시간과 내 몸을 불사르며 했던 작업 공저 프로젝트이다. 작가 11명이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여러 색으로 써 내려간 어디에나 있지만 똑같을 수는 없는 가족 에세이다.
도서관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최리나 작가님을 통해 글로 성장연구소를 접했다.
마침, 공저 프로젝트 1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하고 싶은 마음과 자격지심이 서로 싸워 나를 힘들게 했다. 며칠 밤낮을 고민하다 최리나 작가님의 응원에 용기를 얻어 시작은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욕심이 과했는지 나의 글은 허전했다. 그래도 작가님 덕분에 글 쓰는 여러 방법과 퇴고를 배우고 마냥 쓰고 고치기를 무한으로 반복하며 글 쓰는 단맛과 쓴맛을 느끼고 나는 달라졌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볼 때 나 자신이 작아져서 슬프기도 했지만, 현재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 슬픈 건 슬퍼하면 되고 최선을 다한 만족감에 충실하고 후회가 없다면 즐기면 된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뿌듯하고 대견했다. "수고했어"
막연하게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내 손 위에 실물 책이 놓여있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든다. 우리 집 식구들은 별 반응이 없다. 책이 나오기 전에 너무 귀찮게 해서일까? 다들 시큰둥하다. 하지만 서운하지 않다. 워낙 그런 사람들이다.
휴대폰으로 책을 검색하고 실물 책이 있는 곳을 찾아보니 종로 영풍문고에 3개가 뜬다.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다 가자!"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롱코트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 셀렘 반 두려움 반이 섞인 감정으로 한 시간 반 거리의 서점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음악을 듣고 있지만 가사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사람 구경 좋아하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드디어 도착 종각역 6번 출구로 나오니 서점과 바로 연결돼서 들어가 두리번거렸다.
신간 에세이 코너에 가니 전시코너에서는 볼 수 없어서 그 밑 공간 책꽂이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던 중 [그 집 식구들의 비밀]을 찾을 수 있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어, 진짜 있네! 오호라 정말 있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기며 소심한 마음으로 조심히 책 하나를 책꽂이에서 꺼내 주변을 살피고 신간 에세이 전시코너에 올려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누구에게 들킬까 봐 어찌나 쑥스럽고 떨리든지 다시 책을 책꽂이에 넣는데 손이 벌벌 떨렸다.
오늘의 임무를 끝내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다른 책들을 보다 보니 2시간이 훌쩍 넘어 부랴부랴 집으로 가는데, 한파에 멋 내고 나온 나를 원망했다.
바람이 코트 속으로 파고들어 바람골목을 만들며 한기를 느끼게 했고 손은 꽁꽁 얼어 휴대폰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