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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록 Aug 25. 2024

용기, 용감한 사람, 용기 연습

2024.05.19에 쓴 글


 나는 내가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날 오픈하는 정도가 더 넓고 깊은 부분이 있다고.
그래서 내가 아빠를 10살 때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고, 그건 나에게 용기의 훈장과도 같았다.

 얼마 전 친구들에게 회피형의 연애 같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타산적이라는 말에 나도 동의했다. 근데 어떡해? 난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데. 그게 나빠? 날 지키려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그냥 넘겼다.

 오늘, 이번에는 언니들에게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두 번째는 피할 수 없었다. 언제나 정제되고 명확한 감정만 나누며 그 과정에 타인을 들이지 않는, 애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그렇게 탄로 났다.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미루던 일이다. 자기 보호라는 꽤나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다. 근데 눈이 마주친 것이다. 그래, 너 거기 있었던 거 알아.
이젠 니 차례니? 하필 지금? 나 바쁜데?
 날 것의 나는 자주 나 스스로도 지긋지긋하고, 그런 날 소화시키려다가는 체한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힘든데 이걸 내보이고 정리 안 된 쓰레기장 같은 집에 내게 소중한 사람을 초대하는 일 같은 건... 두려운 일이다.
그걸 같이 치워주려고 해도 수치스럽다. 그 이후 날 보는 시선이 바뀔까 두렵다. 보고 떠난다고 하면 내게 상처가 될 것이고, 내게는 상처가 아직도 실패의 동의어다.
나는 실패가 두렵다.

 언제부터 내게서 용기가 사라진 걸까? 스치듯 나온 물음에 반박하듯이.
근데 용기는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어서 그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용기를 내는 연습이겠구나. 결론이 나왔다.

 그럼 용기는 어떻게 내는 걸까? 실패에 맞서는 용기는 무엇일까. 성공은 용기를 냈을 때 어쩌다 나올 수 있는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용기를 내도 실패할 수도 있다. 용기는 실패를 없애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용기를 낼까. 두려움을 뛰어넘는 무언가들이 용기를 내게 만들어 준다.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일 때 =책임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일일 때 =욕구
 이렇다.

 책임감과 욕구 이 두 가지는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게 어떠한 삶을 만들어가며 살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질 때면 세트처럼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아주 기본적인 욕구에서 나오니까. 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원인인 용기는 그것 또한 '잘' 살기 위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용기를 내는 연습은 어떤 게 있을까? 두려운 일을 해보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무섭고 끔찍한 게 아니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나에겐 이런 게 있다.
그림 그리기
속내 드러내기
나를 내려놓기
 사실상 이 세 가지는 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뤄온 것들
사업을 시작하기
주식해 보기
 이건 도전하기에 가깝다.=안 해봤던 것들

 모두 다 해봐야 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내게 미래를 줄 일들이기도 하다. 관계의 미래, 스스로의 미래, 경제적 미래. 이렇게 많은 것을 줄 용기 내기 연습은 사실 연습이 아니라 바로 실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너무 무섭다. 그래도 도망은 가지 말자. 마주 보는 것도 용기일 것이다.
마주 보고 나면 행동하기 아주 조금이라도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용기가 습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사랑했었다. 내게 부정이 아닌 긍정을 택하게 하는 말이었다. 잃었던 용기와 함께 잊었던 말을 다시 발견했다.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톡방의 이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은 꽤나 운명적이다. 고마운 언니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



질문들

-가장 용기를 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용기 내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일상에서 하고 있는 작은 용기 연습은 무엇인가요?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용기를 냈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그 이후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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