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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아 Mar 14. 2022

그가 원하는 것은 카톡 한마디이었다.

그가 화낸 이유 



몇번째 인상을 잔뜩 구기고 내원하는 환자가 있다. 

올때마다 화를 내는 얼굴로 

거의 모든 대답을 단답형으로 하니 

나도 어쩔수 없이 질문을 아끼게 된다. 


호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말하는 이에게

웃으며 이렇게 좋아졌고 이만큼 더 좋아질거라고 매번 말하는 것이 

나도 어렵다. 


나름 신경쓴다고

최근 잠을 못잤다고 하면

내원하고 며칠 뒤 잘 자고 있는지, 요즘은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봐도

똑같습니다. 

라고 답이 온다. 



차트에 별표를 잔뜩 그려놨다.

요주의 환자다.



의료서비스 중에서도 서비스에 속하는 쪽이라

요주의 환자에게는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 더 신경을 써주는 편이다. 



예약이 잡히면 같이 긴장하고

그날 하루도 무사히 잘 왔다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들 내심 얼른 치료가 종결되어 

더이상 안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애초에 빨리 좋아질 케이스는 아니었던 터라

그래도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대장정을 마무리할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 날, 

경과상담을 나누고 그가 돌아간뒤 

혼자 남아 차트정리를 하고 있는데

문득 상담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한 질문에

나는 질문의 요지를 잘못 짚고 대답했다는 것을 알았다.


급하게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들어가서

아까 나눈 상담중 답변이 잘못되어 다시 연락드렸습니다.

이러이러한 내용은 저러저러하다고 정정을 하면서

많이 불안하고 지칠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웃으며 이 얘기를 나누며 헤어지는 때가 온다고 마무리지어 보냈다.


좋아지고 있고, 좋아질테니 너무 걱정말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그날도 역시나 알겠습니다. 라는 답변이 올줄 알았는데 

왠일로

감사합니다. 신경을 이렇게 써주시니 저도 잘해보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았다.

의아했지만 다른 때와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카톡을 보내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이번에 왠일로 조금 풀어진 얼굴로 내원했다.

평소때처럼 별다른 말없이 

치료하고 나오려는데

그때 일부러 신경써서 카톡으로 위로해주어서 고마웠다고. 

말하였다. 



그동안 나는 나름 격려도 하고 걱정말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 새삼 그 연락이 고마웠다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그의 하소연을 부정했다.

그의 불안과 걱정을 

이렇게 좋아졌는데 어떻게 이걸 모르고! 그런 말을 하다니! 

꾸짖듯이 격려아닌 격려를 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불안감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주기를 기다렸던 걸까.




오은영박사의 방송을 즐겨보면서

그래, 남녀노소 자기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받고 공감받는 건 중요하지.

분명 알면서도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강요하기에 바쁘다.




그가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그의 감정에 대한 인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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