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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아 Mar 08. 2022

한의사라는 직업은 전망이 어떤가요?

진료실에서 나누는 진로상담




훤칠한 키의 남학생과 그런 아들을 한껏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부모님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부모님이 보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아들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보기에도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서

스트레스받는 증상 몇 가지만 잡는 쪽으로 치료계획을 잡고 

짧은 상담을 마무리하려는 차에, 

아버지께서 눈빛이 반짝하면서 말문을 여셨다. 




"사실 제 아들이 공부를 잘해요. 한의대와 약대를 고민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한의사 직업적인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처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좋다고 하면 자랑 같고

안 좋다고 얘기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기엔 제대로 된 답변이 아닌 것 같아서. 


그리고 그 전망이라는 게, 

경제적인 수익을 말하는 건지 사회적인 위치를 말하는 것인지 (대체로 수익이지만) 

모호하기도 해서 

안 그래도 진료실에서 세속적인 부분은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나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몇 번의 경험이 쌓인 이후로는 

일단 나의 소감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직업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 

다른 직업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으나

나의 성향과 특징을 생각하면 한의사가 좋은 선택중 하나였다. 


프로그램 아무튼 퇴근 에서처럼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7점 정도. 


원래 110점 정도 되었었는데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들로 인류애가 줄어들면서 만족도도 함께 줄었다. 



97점을 줄 수 있는 나의 특징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나의 의지에 따라 열정을 불태울 수도, 혹은 쉬엄쉬엄 할 수 있고,

상식에 벗어난 사람들을 덜 만날 수 있고(점점 침범해오고 있다...!) 

남을 돕는다는 데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크고 작은 귀여운 이벤트들을 마음껏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강점! 






예전에는 의사와 한의사를 비교하는 질문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약사와 한의사를 비교하는 질문을 받고 있다. 


그럴만하게도, 수능점수가 그렇게 비슷하다고 한다. 




수능점수를 말고도

한의사와 약사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 

죽음과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 



의사들 사이에서도

피를 보지 않는 전공이 인기라는 점에서 생각하면

그 부담과 압박감에서 벗어나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건 

매우 장점이다. 





약사와 한의사의 차이를 본다면,


약사는 파트 근무도 가능하고 이직이 좀 더 쉽고

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사시간 없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는 근로복지가 조금 더 잘 지켜지며 

무엇보다 인체에 대한 탐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인체에 대한 탐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학구열이 높고 다각도로 인체를 살펴보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화수분 같은 학문이지만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1+1=2가 진리인 사람들에게는 

정복이 되지 않는 그 막연함에 예과 때부터 어려울 수 있다. 







또 하나는 수익. 




어떤 사람들은 소위 -사짜 직업이니 잘 벌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떤 사람들은 별거 없다더라, 빚에 허덕인다더라, 는 카더라 얘기를 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건 사바사다. 


결국에 월급을 받지 않는 한, 소상공인이자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경영능력에 따라 많이 벌기도 하고 적게 벌기도 한다. 


그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할거 없이 

병원 의원 약국을 개원하는 이상 운영을 하기 나름이다. 



그래도 왠지 어떤 직업은 더 잘 버는 것 같고 

어떤 직업을 덜 버는 것 같은 건


해당 직군의 사람들 특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2주마다, 짧게는 1주마다 시험을 보던 사람들과 

공자와 맹자를 읽고 고대 자료를 읽던 사람들과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약사는 대학생활이 정확히 어떤지 지인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둘 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의대를 졸업하고 의대를 복수 전공하는 경우이다.

일명 복수면허자. 


그들은 그들만의 특징이 또 다르더라.






결론은 

한의사의 전망이 밝은지 안밝은지는

이 직업을 고려하고 있는 당사자에 따라 다른 거다. 


솔직히 

요즘에는 수익으로 따지면 인플루언서가 제일이지 않는가. 


미국 미성년자 인플루언서가 미국 어떤 ceo보다도 더 큰 연수익을 달성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도 인체를 다루는 직업인만큼

수익보다는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아픈 이들에 대한 연민이 있는 사람들이 

의료업을 고려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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