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3년 되었고 남향인 방 두 개와 거실 겸 부엌이 있으며 복도 쪽 북향으로 창이 없는 창고방과 욕실이 있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는 화단의 키 큰 난대림 나무들 사이로 어슴푸레하게 수평선이 보인다.
서귀포는 한적한 도시라서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 사이에도 귤밭이 많았다. 귤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짙은 초록색이었다. 가을부터 눈이 녹을 때까지 가지마다 황금빛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제주도에서 살 집을 고르는 기준은 일단 그가 마음에 들어 할지가 관건이었다.
그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를 좋아했고, 깔끔한 신축 건물에 남향으로 해가 잘 들고 반듯한 구조의 집이라야 했다. 고르고 고른 끝에 찾아낸 이 오피스텔은 그의 기준에 거의 근접한 조건이었다. 금융기관 부채가 많은 건설사가 직접 임대하는 미분양분이었지만 보증금 500만 원에 일 년 치 월세 840만 원을 한꺼번에 내는 조건이었으므로 크게 위험할 것도 없었다.
그가 수도권 아파트로 떠나면 이사를 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직후에는 집을 알아볼 의욕이나 에너지가 없었다.
50여 일이 지난 지금에야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곳일까 생각해본다.
조용한 마을에 위치해 있고 걸어서 해변에 갈 수 있는 위치였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나가서 신선한 바닷바람을 쐬며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하얀 모래밭을 밟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집 구조는 낮에 햇볕을 쬐며 노닥거릴 수 있는 거실 겸 주방이 있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침실이 분리된 구조를 원한다. 실내는 화이트 톤으로 아늑했으면 좋겠다.
하나 더 바라는 건, 잔디밭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으니까.
비 오는 날에는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고, 아무 데도 나가지 않는 날에는 꽃을 심고 잡초를 뽑으면서 하루를 지냈으면 좋겠다. 마당 한구석에는 사료 그릇도 놓아두고, 치즈 색깔이나 고등어 무늬의 부드러운 털을 가진 길고양이들이 햇볕을 쬐면서 편안하게 노니는 걸 쳐다봤으면 좋겠다.
나는 늘 마음이 그런 곳을 향해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제주에 뭐가 있냐고, 일 년에 하루 이틀 휴가 때나 가서 놀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열 달째 제주도에서 지내는 중이고 다시는 수도권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