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일과 휴식
D-52. 시간과 감정을 돈과 맞바꾸는 일은 하지 않을 것
by
유랑
Oct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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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단골 카페에 들어가다가 유리문에 붙은 구인 광고에 눈이 갔다.
젊지는 않지만 아직은 노인도 아니었으므로 다시 일을 해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돌봐야 할 가족
도 없었고 시간은 많았으니까.
일은 하나도 안 하고 가진 돈을 쓰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제주도에서 혼자 사는데 한 달 생활비가 백만 원 정도 드는 것 같다. 월세와 세금, 자동차 보험료 등을 더한다면 대략 이백 만원은 들지 않을까.
최저임금을 받는 직장에서 매일 다섯 시간씩 주 5일 일한다면 한 달에 백만 원, 여덟 시간씩 주 6일 일하면 이백 만원을 벌 수 있다.
그렇지만 선뜻 일자리를 알아보지는 않았다.
카페의 카운터에 서서 커피를 만들고 계산을 하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좋으니까.
시간은 흐르는데 돈을 벌지 않고 보내는 시간은 낭비인
건까. 돈이란 많을수록 더 좋은 걸까.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나는 영원히 살 거라 착각했나 보았다.
돈은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 생명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
고 돈은 살아있을 때나 필요할 뿐이다.
사회초년생이었던 시절에는 ‘경제적 자유를 위한 10억 모으기’가 유행했었다. 유행에 편승해서 지독하게 살았던 결과로
쉰한 살의 나에게는 남은 가족은 하나도 없고 얼마간의 돈만 남았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간소하게
생
활할 정도는 된다.
사회적 관계가 하나도 없는 채로 혼자 사는 것보다 직장이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일을 하려면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방식보다는 정신과 육체를 움직여서 기쁨을 주는 일을 찾고 싶다.
생각나는 일은 텃밭에 감자와 콩을 심고 귤나무를 돌보아서 내가 먹을 식량을 생산하고 이웃에게도 나눠주면 좋겠다는 정도이다. 저녁에는 일기를 쓰다가 마음 내킬 때 제목을 달아서 브런치에 올리는 일이라든가.
검은색 크루넥 티에 캡 모자를 쓴 카페 직원들은 시크하고 멋있어 보인다.
카페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므로 정말로 일자리를 찾으려면 나 같은 중년은 식당이나 다이소 매장 같은 곳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는 골프 연습을 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일기를 쓴다.
저녁에는 지인들을 만나서 음악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내일은 저녁에 석양을 보러 오름에 올라가고 모레는 범섬이 보이는 서귀포 해안에서 캠핑을 해야지.
실컷 놀다가, 하고 싶은 일이 찾아온다면 그때가 바로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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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혼자서 콘서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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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채식주의자에 준하는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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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과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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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닷가 노지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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