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호킨스의 "천개의 뇌" 이론
『천 개의 뇌』(A Thousand Brains)에서 제프 호킨스는 인간 대뇌피질이 거의 동일한 구조의 피질 기둥(cortical column) 수천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지식은 이 피질 기둥들이 공유하는 공통 알고리즘으로 학습된다고 주장합니다. 흥미롭게도, 호킨스는 뇌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기준틀(참조 좌표계, reference frame)”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뇌는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를 어떤 좌표계에 따라 배열하며, 각 피질 기둥은 자신만의 국소적인 기준틀 속에서 대상이나 개념을 표현하고 학습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호킨스는 “생각은 움직임의 한 형태” 라는 도발적인 명제를 제시합니다. 다시 말해, 사고(생각)란 뇌가 내부적으로 어떤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마운트캐슬(V. Mountcastle) 의 피질 균일성 가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운트캐슬은 대뇌피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매크로컬럼(상위 피질 기둥) 들이 어느 영역이든 유사한 회로 구조와 기능 원리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호킨스는 여기에 네 가지 원리를 추가하는데, 그 중 세 가지는 모든 피질 영역에 기준틀이 존재하며, 기준틀을 통해 모든 것을 모델링하고, 모든 지식은 기준틀의 상대적 위치에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원리가 바로 “생각은 움직임의 한 형태” 라는 주장으로, 앞의 원리들과 결합해 ‘천 개의 뇌 이론’을 이룹니다. 요컨대, 우리의 두뇌는 수많은 작은 “뇌” (피질 기둥)들이 각자 세계의 한 부분을 감각-운동 경험을 통해 모델링하고, 서로 투표하듯 협력하여 통합된 지능을 발현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호킨스에 따르면, 각 피질 기둥은 하나의 완전한 모델링 단위로서 마치 독립적인 감각-운동 시스템처럼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 촉각, 청각 영역의 여러 피질 기둥이 동일한 물체를 각자 자기 관점에서 모델링하고, 상호 간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 물체가 무엇인지” 투표를 합니다. 한 기둥이 컵의 손잡이를 촉감으로 인식하고, 다른 기둥이 컵의 원통형 형태를 시각으로 인식할 때, 이들이 모두 “컵”이라는 동일한 대상에 대한 자기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일치하는 신호를 보내며 최종 인식을 안정화시킵니다. 이러한 분산된 천 개의 모델 덕분에, 우리가 물체를 부분적으로 보고 만져도 일관되게 인식할 수 있고, 심지어 한쪽 대뇌반구를 분리한 간질 환자에서는 좌우가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리는 현상(마치 뇌가 둘로 나뉜 듯한 행동)도 설명됩니다. 요컨대 뇌 구조 자체가 동일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모듈의 집합체이며, 생각은 이 모듈들이 기준틀 속에서 정보를 이동·조작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이 제시된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은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감각-운동 통합 이론에 따르면, 뇌는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며 감각 변화를 일으키고 그 결과를 학습합니다. 호킨스도 “우리의 두뇌 모델은 움직임을 통해 형성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배울 때 눈으로 보고 만지고 흔들어 보는 행위를 통해 장난감의 모양, 질감, 소리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듯이, 뇌는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들어오는 변화하는 감각 데이터를 예측하고 모델에 통합합니다. 이때 신체의 위치 감각과 외부 대상의 위치를 모두 알아야 효율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눈을 감고 있어도 손을 움직여 컵 손잡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뇌 속에 자신의 손과 컵에 대한 내부 지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자기 몸의 좌표계와 외부 물체의 좌표계(기준틀)를 생성하여, “손이 지금 몸 어디쯤에 있고, 컵의 손잡이는 컵 기준으로 어디에 있는지” 계산한 뒤 두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정확한 동작을 이끌어냅니다.
흥미롭게도, 해마(hippocampus)와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 에서 발견된 장소 세포(place cell)와 격자 세포(grid cell)는 이러한 내부 지도의 신경적 구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존 오키프(J. O’Keefe)는 쥐가 어떤 공간의 특정 위치에 있을 때 활발하게 발화하는 장소 세포를 발견했고, 이후 메이브릿 & 에드바르드 모저 부부는 격자 세포가 공간 전체에 걸쳐 6각격자 형태로 주기적인 활성 패턴을 보이며 동물이 움직일 때 위치 변화를 부호화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격자 세포들은 마치 뇌 속 좌표 눈금처럼 작용하여, 동물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줍니다. 뇌는 장소 세포가 표시하는 특정 지점과 격자 세포의 격자 좌표를 결합해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의 지도를 구성합니다. 이러한 공간 맵 신경세포는 본래 물리적 공간 내 이동을 처리하지만, 호킨스는 유사한 메커니즘이 신피질(neocortex) 전역에도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의 기능영상 연구들은 인간의 신피질 여러 영역에서 격자 세포와 유사한 발화 패턴이 존재함을 확인하여, 대뇌피질도 자신만의 위치 부호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다시 말해, 피질 기둥마다 자신이 처리하는 대상 또는 개념의 “공간”을 추적하는 뉴런들(“피질 격자 세포”라 부를 수 있는)이 있고, 이를 통해 감각 정보가 해당 대상의 구조적 맥락에서 위치를 갖게 됩니다.
호킨스 이론에서 기준틀은 바로 이 객체 중심 좌표계(object-centric reference frame)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로는 컵이 컵임을 바로 알기 어려워도 손가락을 컵 표면 여기저기로 움직이며 손잡이, 테두리, 곡면을 느껴보면 비로소 전체 형태를 파악하게 됩니다. 한 손가락이 탐색하는 동안, 해당 촉각 피질 기둥은 손가락 끝이 “컵”이라는 객체의 어떤 위치에 있는지 추적하고, 그 위치에서 기대되는 감각(예를 들면 매끄러운 표면인지 모서리인지)을 예측합니다. 만약 동시에 여러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만진다면 더 빨리 컵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여러 피질 기둥들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voting)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감각-운동 통합 모델로 설명되며, 뇌가 “행동 → 예측 → 감각 피드백 → 갱신”의 사이클을 통해 지식을 형성함을 보여줍니다.
(1) 운동 신호(예: 손가락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명령)가 들어오면 피질 기둥의 위치 레이어(격자세포 모듈들)의 활성 상태가 그 운동 벡터만큼 이동합니다.
(2) 업데이트된 위치 정보는 해당 위치에서 예상되는 감각 입력을 상위층에 미리 예측합니다.
(3) 실제 감각 입력이 도착하면, 예측된 패턴과 일치하는 감각 뉴런들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고 예측과 맞지 않는 뉴런들은 억제됩니다.
(4) 최종적으로 얻어진 감각 피드백이 다시 위치 레이어를 업데이트하여, 현재 대상의 어느 위치를 접촉했는지 내부 지도를 교정합니다. 뇌는 이러한 과정을 매순간 반복하면서, 움직임에 따른 변화 패턴으로부터 대상의 구조와 정체를 학습합니다.
위 그림과 같이, 뇌는 움직임을 통한 예측과 피드백의 반복으로 세계에 대한 모델을 점진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생각이 움직임의 한 형태라는 주장은, 신체를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도 뇌가 이와 유사한 과정을 내부적으로 실행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머릿속으로 사과를 떠올릴 때, 마치 손이나 눈으로 사과를 이리저리 훑는 것처럼 뇌의 각 피질 기둥이 사과라는 객체의 내적 기준틀 안에서 여러 위치의 속성들을 순차적으로 활성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글판 『천 개의 뇌』에서는 “뇌는 모든 지식을 기준틀로 배열하며, 생각은 신경세포들이 그 기준틀에서 위치들을 차례로 불러내 각 위치에 저장된 정보를 떠올릴 때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요컨대 ‘생각하기’란 내부에서 머릿속 지도를 따라 걸어 다니는 일과 같으며, 감각적으로 무언가를 탐색하는 행동이 은유적으로 뇌 속에서 재현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심리학의 인지 지도(cognitive map) 이론이나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관점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미리엄 투어(M. Tolman)가 제시한 인지 지도란 동물이 주변 환경의 정신적 지형도를 형성하여 목표까지 최적 경로를 “계산” 할 수 있다는 개념인데, 호킨스의 이론은 이를 네오피질의 미시회로 수준으로 확장한 셈입니다. 즉 각 피질 기둥이 자기만의 인지 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움직임 없이도 그 지도 위를 이동해볼 수 있다(mental simulation) 는 것입니다. 이는 감각-운동 회로가 곧 사고 회로로 재활용된다는 뜻으로, 다음 절의 예측 처리 이론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측 처리 이론(predictive processing) 또는 예측 부호화 가설(predictive coding) 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뇌 기능을 설명하는 강력한 패러다임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뇌는 끊임없이 미래의 감각 입력을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그 예측과 실제 감각 신호 간의 차이(예측 오류)를 이용해 자신의 내부 모델을 갱신하는 “예측 기계” 로 작동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두뇌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추측해보는 습성을 지녔으며, 지각은 상향식 감각정보와 하향식 예측이 만나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이런 예측 부호화 관점에서 보면 행동(운동)과 사고(예측)의 경계가 흐려지는데, 왜냐하면 뇌는 행동을 통해서도 예측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뇌과학자 칼 프리스턴(K. Friston)이 주창한 능동 추론(active inference) 개념에 따르면, 뇌는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취합니다. 하나는 내부 모델을 바꾸어(사고를 통해) 감각을 설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행동을 일으켜(신체를 움직여) 감각 입력 자체를 변화시켜 예측에 맞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의 정체가 불분명할 때 우리는 머릿속으로 그 정체를 추론해보거나,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행동을 통해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자가 “생각”에 해당하고 후자가 “움직임”에 해당하지만, 둘의 목적은 동일하게 예측을 검증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각은 내적인 움직임, 움직임은 외적인 생각으로 볼 수 있는 대칭성이 성립합니다. 실제로 자유 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에서는 지각과 행위가 모두 예측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협력한다고 설명하며, 내부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사고와 외부 행동으로서의 움직임을 연속선상에 둡니다.
뇌의 미시구조 또한 이러한 예측 메커니즘을 뒷받침합니다. 앞서 언급한 피질 기둥의 뉴런들은 흥미로운 능동 수지상돌기(active dendrite) 특성을 보이는데, 각 뉴런으로 들어오는 시냅스 입력의 90% 가량은 축삭 근처(근위부)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수상돌기 가지(원위부)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원위부 시냅스들은 단독으로는 뉴런을 발화시키지 못하지만, 여러 입력이 동시에 모이면 국소적인 수상돌기 스파이크를 발생시켜 뉴런의 막전위를 높입니다. 이러한 수상돌기 스파이크는 뉴런이 어떤 패턴을 인식하여 “곧 입력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신호로 해석되며, 뉴런을 완전 발화 직전의 준비된 상태(priming)로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호킨스는 “수상돌기 돌발(spike)은 해당 뉴런이 특정 패턴을 알아보고 예측 상태에 들어갔음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눈앞에서 컵이 떨어질 때, “곧 쿵 소리가 날 것이다” 혹은 “바닥에 부딪칠 것이다”와 같이 예상되는 결과에 대응하는 뉴런들이 이미 수상돌기 스파이크로 예비활성되고, 만약 실제로 컵이 떨어져 예상대로 소리가 들리면 그 뉴런들만 발화하여 상황을 처리합니다. 반면 컵이 갑자기 공중에 붕 뜬다면(예측과 어긋나는 경우), 예측했던 뉴런들 외에 전혀 다른 뉴런들이 함께 발화하면서 “무언가 매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냅니다. 이러한 뉴런 단위의 예측 신호는 예측 부호화 이론의 생물학적 기초로 볼 수 있으며, 뇌가 모든 계층에서 미래를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피질 기둥 수준에서 보면, 수상돌기를 통한 예측은 곧 다음에 들어올 감각 패턴에 대한 “내부 시뮬레이션”입니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은 감각-운동 참조틀 속에서 “만약 내가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어떤 감각이 들어올까”를 미리 실행해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란 이러한 내부 시뮬레이션을 현실 행동 없이 순환시키는 것이며, 충분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는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뇌 내부에서 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체스 선수는 머릿속으로 여러 수를 내다보며 말을 움직여보는 내부 시뮬레이션(생각)을 거친 뒤 실제로 수를 둡니다. 이처럼 예측 처리 체계에서 사고는 곧 행동의 내면화된 형태이며, 뉴런-회로 수준의 운동 계획과 예측 메커니즘이 의식적 사고의 기반을 이룬다는 것이 이론의 골자입니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 Eagleman)도 “인간의 생각은 우리의 정신적 모델 세계를 내적으로 탐색하는 움직임과 같다”고 비유하며, 우리가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상황을 실험해보고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호킨스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하는 통찰로, 두뇌가 원래 갖고 있던 물리적 행동계통을 활용해 추상적인 사고까지 확장했음을 시사합니다.
호킨스의 주장에 따르면, 기준틀과 움직임을 통한 지식 구성 원리는 추상적 개념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정치인이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정치인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대한 기준틀을 가지고 있고, 기자회견을 하면 여론이 어떻게 이동할지, 국회를 설득하면 법안의 위치가 어디로 갈지 등 여러 단계의 “상황 변화”를 예측합니다. 이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추상적 사고를 마치 상황 공간을 한 단계씩 이동해 목표 지점(법안 통과)에 도달하는 경로 찾기로 보는 흥미로운 시각입니다. 언어의 처리도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문장은 단어와 구가 계층적으로 중첩(nesting)되고 반복(recursion)되는 구조적 규칙을 가지는데, 호킨스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문장의 구조적 “지도”를 형성하여,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넘어 문맥 속에서 전체 의미를 예측적으로 구축합니다. 이는 문법적으로 다음에 올 단어를 예상하거나 문장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에서 드러나며, 언어라는 추상 영역에서도 뇌가 일종의 공간 내 이동 규칙을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들도 추상적 개념을 공간적으로 조직화하는 뇌의 특성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16년 콘스탄티네스쿠(Constantinescu) 등의 연구에서는 인간 피험자들에게 새로운 개념 공간을 학습시키고 뇌 활동을 fMRI로 관찰한 결과, 내후각 피질 등에서 마치 격자 세포처럼 개념 차원 사이의 “방향”을 부호화하는 신호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2차원 물리적 공간이 아닌 2차원 “개념” 공간에서도 뇌가 격자형 좌표계를 사용해 정신적 거리를 재고 이동 방향을 코딩한다는 최초의 증거로 보고되었습니다. 이후 연구들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추상 지도, 감정의 공간적 분포 등 다양한 고차원 개념 영역에서 해마-내후각 시스템이 공간 내비게이션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은 뇌가 물리적 장소뿐 아니라 개념적 지형도도 “인지 지도로 만들어 놓고 그 위를 활보”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생각할 때 우리의 뇌는 보이지 않는 개념 공간을 거닐고 있는 것이며, 그 움직임 경로를 따라 논리적 추론이나 창의적 발상이 전개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는 호킨스의 주장 “생각도 움직임이다” 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신경과학적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려본다”거나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본다”고 말할 때, 실제로 우리 뇌에서는 공간 탐색 신경구조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정신적 위치를 점검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생각은 움직임의 한 형태”라는 주장은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제공해 줍니다. 뇌는 반복적이고 균일한 회로 구조(피질 기둥) 속에서 감각-운동 정보의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을 생성하며, 필요에 따라 실제 움직임이나 내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을 조정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저차원 감각 지각에서 고차원 인지 기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메커니즘으로 보입니다. 기준틀과 위치 부호화라는 개념은 뇌가 지식을 공간적으로 조직함을 뜻하고, 예측 처리 회로는 뇌가 시간적으로 미래를 앞서 시뮬레이션함을 뜻합니다. 결국 공간(Where)과 시간(When) 축을 따라 뇌는 끊임없이 “앞서 움직여 보는” 전략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찰은 인공지능 연구에도 시사점을 주어, 호킨스의 이론을 응용한 알고리즘에서는 객체 중심 참조틀과 예측적 모델링을 도입함으로써 보다 인간같은 인지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생각을 움직임으로 보는 관점은 知(앎)과 行(행동)의 경계를 허물고, 인지와 운동이 뇌 속에서 밀접히 얽혀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킵니다. 이는 인간 지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뇌과학 연구 결과들과 부합하는 혁신적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 속 수천 개의 작은 “뇌”들은 각자 자신만의 세계를 움직이며 배우고 있고, 우리가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할 때 실제로 우리는 머릿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사고를 하나의 움직임으로 바라볼 때, 행동을 통하지 않는 순수한 정신 활동조차도 결국 뇌가 진화시켜 온 예측적 감각-운동 기제의 연장선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천 개의 뇌』가 전달하는 메시지이며, 뇌 메커니즘 관점에서 본 우리의 지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제프 호킨스의 A Thousand Brains 이론 및 관련 신경과학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