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평화
주쟈쟈오 < 상하이 < 중국
어느 날의 일기
눈 내리는 오늘 저녁, 람람이와 마주 앉아 쌀국수를 먹고 공차를 마시며 그녀의 여행 계획에 참견하다 그녀는 결정했다. 곧 상하이로 가볍게 다녀오기로.
그래서 잠깐 나의 상하이 여행을 추억.
그해 겨울 어느 날 영과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행이 너무 고프다고 입을 모아 부르짖다가 떠나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4일.
도쿄, 방콕, 대만, 홍콩, 오사카 등등 각자 다 두어 번씩 다녀옴.
영, "상하이 어때요?"
나, "시로~~ 난 듕국 시로~~~"
영,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 둘 다 안 가본 데를 가려면 상하이예요!"
우리는 서둘러 그곳으로 떠났고, 그 후 눈물 나게 상하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또 늘 그리워하고 있다.
그곳의 오후는 봄날처럼 따사로웠고 나른했다.
골목길 집집 창가에 널려있는 빨래는 사각거리며 마르고 있었고 동네 아낙네들은 마실 나와 대문밖 평상에 도란도란 앉아있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오후. 나른해질 만큼 평화로운 오후였다.
골목 깊숙이 들어갈수록 아담한 카페들이 즐비했고 그곳에 동네 주민처럼 졸다 나올 만큼 퍼질러 오래도록 앉아있어도 눈치 안 보이던..
그날, 상하이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영은 자기가 요즘 꽂힌 노래라며 들어보라고 이어폰을 건네주고는 단잠에 빠졌다.
잠깐 깬 그녀에게 "나 이 노래 무한반복 듣다가 눈물 줄줄 흘렸어. 사람들이 볼까 소리 안 나게 눈물 닦느라 혼났네" 했더니,
영은 "그럼 '스미마셍~~' 하면 되죠!" 쿨하게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겠지요. 그곳에서의 삶도.
람람! 가게 되면 내 소식도 전해주오.
그곳에서의 삶도 안녕하냐고.
그후 4년이 흐르고 다시 이곳에.
주쟈쟈오 [ 朱家角(주가각) ]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水鄕)으로 '상하이의 베니스'라고 불린다.
물의 도시 상하이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저우좡(周庄), 통리(同里) 등 수향마을이 몇 군데 있지만 내가 사랑한 주쟈쟈오로 다시 간다.
두고 온 사람도 없고 그러니 나를 기억해 줄 이도 없는데 가본 곳을 다시 여행할 때는 묘한 설렘이 배가 된다.
나를 몰라봐도 나는 곳곳을 아는 척하고 다닌다. 너무너무 반가워!
반쯤은 어색함을 풀어헤친 여행자의 품새도 나고 말이다.
상하이의 겨울은 초봄같이 따사롭고 쨍한 햇살이 비추기도 하여 여행하기 참 좋다.
대세계역에서 내려 주쟈쟈오 가는 버스가 있는 곳을 용케 기억으로 잘 찾았다. 로컬 느낌 물씬 나는 이런 버스에 몸을 싣고 가는 여행, 참 좋다.
그리고 지금 다시 여기, 주쟈쟈오
내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 약속, 지켰지?
이곳에 오면 다이내믹한 볼거리와 체험이 없는데도 골목골목을 걷노라면 시간 가는 것도 잊는다. 그냥 고요한 평화에 녹아든다.
시간이 흘렀다는 걸 눈치 채는 건 우리의 뱃속 신호.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차 한잔이 고프다.
주쟈쟈오 깊숙한 골목까지 들어가 보면 작은 차방들이 나오는데 모두 수로를 끼고 있어 자리 잡고 앉아있으면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그림 같은 곳, 햇살이 쏟아진다.
수다쟁이인 우리도 말을 잃고 고요속에 빠진다. 겨울 한낮의 평온함에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았다 깨어 다시 나와 걷는다. 발끝마다 그리움과 아쉬움을 묻혀가며.
햇살이 쏟아지는 골목, 오늘도 창밖에 내다 넌 빨래가 바람에 부대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마르고 있고
골목 평상 위에 자리 잡은 할머니들의 수다가 나지막이 들린다.
며느리인가 보다. 어깨에 보자기를 두른 채 아이처럼 얌전히 앉아 있는 어머니의 백발 머리를 조심스럽게 자르고 있다.
아마 이곳에 또 오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또 그대로 있어줄것 같아서.
이렇게 나른하리만치 평화로운 공기가 그리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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