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이야기 02

: 튀르키예, 평화로운 고양이

by 수파인

튀르키예 여행을 어쩌다 보니 16년 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놀랍고도 매력적인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튀르키예 여행은 넓은 국토의 이동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유럽이면서 아시아이고, 이슬람이 지배적이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종교적 환경 그리고 카파도키아의 특이한 지형과 생활공간 등 볼거리와 배울 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달라진 것은 16년 전 첫 번째 여행에서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와 지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듣고 기록하며 신기해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느긋하게 이스탄불의 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고양이까지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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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다음 날 아침 피에로티 언덕을 제일 먼저 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걸어 올라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짧은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양이들이었다. 트램을 기다리는 일행을 향해 고양이들이 다가오는데 한 두 마리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다가와 비비면서 환영하는 치즈 고양이, 턱시도 고양이, 줄무늬 고양이 등 각양각색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있다. 검표를 하는 기계 위에 앉아 출입하는 사람들 하나하나 눈맞춤하는 고양이까지 그저 공존하고 있었다. 피에로티 언덕에는 가족묘지가 빽빽하게 있는데, 16년 전 그때는 주로 묘지 여기저기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가까이 생활공간에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피에로티 언덕에는 시간이 느껴지는 오래된 카페가 있는데 지금도 여전한 그 모습이었다. 이 카페의 야외 식탁과 의자에도 고양이는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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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친숙한 고양이들이라니! 가이드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고양이를 애정하는 이유 중 하나로 ‘무함마드와 고양이’ 일화를 들려주었다. 무함마드가 잠들었는데 그의 고양이가 옷소매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무함마드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소매를 잘라낸 채 조용히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에 대한 자비와 애정이 듬뿍 담긴 일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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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만나는 여행은 이스탄불을 떠나 카파도키아, 콘야, 안탈리아, 에페소로 이어지는 여정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고양이가 발밑으로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와인을 시음하는 곳에서 벤치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으니 고양이가 슬며시 내 옆자리에 와 앉아 있기도 했다. 고양이들은 편안해 보였고, 시끄럽게 야옹~ 소리를 내며 울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공존하는 것이 이미 익숙해진 듯했다.

또한 이런 고양이를 대하는 튀르키예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는데, 상점 아주머니도 버스 기사님도 거리를 다니는 행인들도 유적지 관리인들도 고양이 사료를 준비했다가 여기저기 나누어 주었고, 고양이가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도 여기저기 비치되어 있었다.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애정하는 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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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고양이만큼은 아니지만 도시 외곽의 유적지에는 몸집이 큰 개들이 어슬렁 거리며 다니기도 했는데, 그 눈매와 태도가 너무나 순하고 평화로웠다. 안탈리아의 오래된 시가지를 걷는 일정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커다란 개가 일행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하얗고 큰 개는 일행 앞에서 마치 가이드처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에 가이드 설명이 있으면 앉아서 기다리고 사람들이 움직이면 다시 어슬렁어슬렁 앞장서서 걸으며 좁은 구도시의 골목길에서 지중해 앞바다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길을 안내하는 안탈리아 개


가끔 텔레비전에서 절을 안내하거나 등산을 안내하는 개들의 모습을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묵묵하게 사람들과 동행하는 개를 보니 새삼 신기하였다. 고양이와 개가 가득한 도시가 좋다기보다는 동물과 인간의 애정 어린 관계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평안과 위로를 주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튀르키예의 고양이들아!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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