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링컨 하이웨이>, In the Death Car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나면,
결국 다시 각자의 길 위에 서게 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내 귓가에서는
Iggy Pop의 In The Death Car가 흐르고 있었다.
“I’m in the death car, speeding down the highway.”
그리고 그 위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경로를 다시 재검색합니다.”
내비게이션의 낭랑하지만,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가 겹쳐졌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르는 길,
혹은 사물이 거쳐 나가는 과정이나 단계
라고 사전에서는 경.로.를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경로는
순차적으로 가고 있지 않다.
정교하게 세운 계획이
‘우연’이라는 불청객과 동승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머물 수 없으므로 떠난 소년들의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그들의 출발점은 하나다.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절박함.
그 절박함은 목적지를 고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보다, 여기가 아닌 곳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앞을 내다볼 시간도 없이,
속도를 조절할 여유도 없이 무작정 길 위에 오른다.
In the Death Car 노래처럼,
목적지를 모른 채 속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순간이 있다.
경로를 이탈했다는 안내가 들릴 때마다,
쉽게 잘못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탈은 망친 것이 아니라,
예정된 자리에서는 미처 만나지 못했을 삶의 한 장면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비록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잠시 같은 속도로 흔들리며 함께 나아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결국 차는 멈춘다.
death car의 엔진도, 내비게이션의 목소리도 언젠가는 꺼진다.
그때 남는 것은 속도계의 숫자가 아니라,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는 온기,
창밖으로 함께 보았던 풍경의 잔상이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은
도착지의 화려함보다,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동승하게 된 순간들과
함께 본 풍경이 남기고 간 온기가 아닐까…
이 글에서 함께 들은 음악
In The Death Car – Iggy Pop
https://youtu.be/_Zv_lBLU5Vo?si=eRs8UTSJOfchAyGY
읽은 책
<링컨 하이웨이>
Reading · Listening · Staying
. . .
이전 편: 03.운명이라는 미로를, 통과하는 아이들
다음 편: 05.변해버린 내게도, 사랑은 허락될 수 있을까
#링컨하이웨이 #IggyPop #InTheDeathC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