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대 Jun 19. 2024

1. 한국형 카고바이크 탄생기

태어난 김에 말단물류

 내가 매일같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에 들어서까지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이 카고바이크라고 불리는 자전거이다. 한 가지를 최소 10년 이상 집착하는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분야에서 무시 못할 수준의 경력을 쌓게 된다. 나는 에코브의 대표 임성대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자동차 디자인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자동차 기업에서 15년을 근무했지만 실제로 3년간 필요한 기술을 배웠고, 나머지 10년은 사내벤처 조직에서 자전거 개발을 주로 했다. 지금은 창업을 하여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매일 고생 중이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목표나 사업아이템을 생각해 놓은 것은 아니다. 사업 준비를 하면서 많은 보고와 설득을 반복하며 준비해 온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 불가피하게 필요했다. 조금 대책 없어 보이지만, 하다 보니 됐다.      

스탬핑 프레임의 첫 단계 성형

 우리는 자동차 공법으로 자전거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두 산업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기존 제품과 비교하여 어떤 점이 나은지를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의 기술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300년의 역사를 가진 자전거 산업에 현재의 자동차 생산기술을 접목하기란 쉽지 않았다. 높은 수준의 자동차 기술이 단순해 보이는 자전거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자비 규모가 큰 자동차의 대량생산 방식과 자동화는 화려한 디자인과 편의성을 넘어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다다른 지 오래이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 엔진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모터와 배터리로 바뀌었다. 반면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도 자전거 산업은 근 200년간 제자리에 머물러있었다. 체인 구동에 페달, 두 개의 바퀴와 안장, 가느다란 핸들과 브레이크 등은 아주 미묘하게 발전해 왔다. 자동차는 비행기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와중에 자전거라는 원초적인 수송수단은 어찌 보면 미래에도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그 기능과 속성을 간직할 것만 같은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존재였다.     


 세계 3대 자전거 박람회는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아시아는 자전거의 종주국이 아니지만 80년대 저렴하고 품질 좋은 알루미늄 튜빙의 제조 방식을 특화하여 전 세계의 OEM 공장이 되었다. 어느 제조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이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일이라도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면 자본의 관점에서는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중국의 자전거 OEM에서 자전거의 자동화 설비를 구비하지 않은 이유 역시도, 인간이 한 땀 한 땀 용접하고 그라인딩과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와 다르게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경우 자동화 시스템에 투자하여 막대한 투자금의 몇 배를 회수할 수 있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가 용이한 아이템이다. 거기에 디자인과 각종 편의사양들이 부가가치를 형성하는 데에 한몫을 하고 우리는 그것을 브랜드 가치라고 칭한다. 반면 수많은 브랜드가 있는 유럽의 자전거 사용자에게 자신이 타는 브랜드가 무엇이냐 질문했을 때 대부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설문결과가 있다. 형태가 유사한 자전거는 브랜드의 변별력이 크게 없다. 그 말은 브랜드력이 없는 신생 기업조차도 품질과 가격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면 경쟁이 가능하다는 반증이다.     

 

 카고바이크 시장의 환경적인 변화는 두 번에 걸쳐 일어났다. 첫 번째는 2015년 파리기후조약이다. 도심에 진입하는 내연기관차량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도심의 모든 이동수단이 친환경적이게 바뀐 협약이다. 이미 자동차가 포화상태인 북미나 유럽을 필두로 규제와 보조금 제도가 가시화되었다. 그러나 친환경 차량의 대표주자 전기차는 충전소 보급이 결정적 변수였다. 급속충전을 하더라도 최소 20분이 걸리는 방식은 기존의 5분 내외의 주유 방식과 대비되어 전기차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또한 충전소 부족 현상으로 도심 외에서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느꼈고 전기차가 도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상품적 전략의 한계가 점차 드러났다. 자전거 산업은 전통에 묶여있던 기술적 제약들을 조금씩 깨고 나가기 시작한 시점인 팬데믹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이 두 번째 시장 환경의 변화이다. 자동차의 부품사들이 개발한 자전거용 전동시스템은 자전거의 기능을 배가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출력과 속도의 제한만 지킨다면 자전거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자전거의 지위라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형식승인의 면제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과 면허의 면책이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일반도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탈착식 배터리는 충전소 없이도 장거리 운전이 가능하다.  또한 물류산업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지점은 도심 말단배송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화물자전거가 부각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팬데믹으로 인해 급증한 이커머스의 주문량이었다. 여러 변화를 통해 카고바이크는 말단배송구간에서 화물트럭의 보완재 또는 대체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과는 좀 다르다. 누군가는 역사적인 성공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것을 시작하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코브의 시작은 카고바이크가 만들 미래에 대한 믿음보다는 그 믿음이 우리를 구원해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함과 절박함이었다. 자동차의 기술은 스타트업이 활용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아무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에코브는 맹신적인 믿음과 절박함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실질적인 변화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서 카고바이크라는 것을 애초에 기대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카고바이크의 법적 지위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우물을 파려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금광을 발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찾고 있던 물이 없으니 여전히 목은 마르다. 천수답(天水畓). 별도의 치수나 양수 시설 등이 없이 물 공급을 빗물에만 의지하는 논이다. 화물자전거를 시작한 한국의 스타트업은 마른논에서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농사를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이다.          




The Story of the Birth of a Korean Cargobike


 It is called ‘cargo bike’ that I expect to come up with some new ideas from the moment I wake up to sleep every day. People who are obsessed with one thing for at least 10 years will have a career that cannot be ignored in the field, regardless of success or failure. I am Sun-dae Lim, the representative of eccov. I majored in industrial design and chose car design as a job, which I have preety not been good at. Although I worked for an automobile company for 15 years, I actually learned the necessary skills for 3 years, and for the other 10 years mainly developed bicycles in an in-house venture team. Now, I have been started a ‘eccov’ and am struggling to prove the results. I haven't thought of any specific goals or business items from the beginning. In preparing for the business, it was inevitably necessary to organize what I had prepared by repeating a lot of reports and persuasion. It seems a little countermeasure, but it worked.     


 eccov decided to produce bicycles by automobile method. It focused on clearly understanding the differences between the two industries and proving what is better compared to existing products. It is true that automobile technology is relatively superior, but it was not easy to apply current automobile production technology to the bicycle industry with a history of 300 years. It has been found that high-level automobile technology cannot solve the problem of the simple bicycle field. The mass production method and automation of large-scale automobiles have long reached the level of providing additional services beyond fancy design and convenience, and internal combustion engines with a history of 100 years have been transformed into motors and batteries that use electric energy. On the other hand, despite its long history, the bicycle industry has remained in place for nearly 200 years. Chain drive, pedals, two wheels and saddles, and slender handles and brakes have been developed subtly. While automobiles were crossing the airplane's territory, the primitive means of transportation called bicycles were, in some ways, living fossils that seemed to maintain their shape and retain their functions and properties in the future.     

First step of the stamping frame

 The world's top three bicycle fairs are held mainly in Europe and China. Asia is not the birthplace of bicycles, but in the 1980s, it specialized in the manufacturing of inexpensive and high-quality aluminum tubing and became an OEM factory worldwide. The same may be true of any manufacturing sector, but if human labor alone is possible, even if things are not suitable for human work, it is most efficient to have a high proportion of labor costs from a capital perspective. China's bicycle OEMs do not have bicycle automation facilities because they believe that the method of welding, grinding, and painting bicycles is price competitive. On the contrary, in the case of automobiles produced in developed countries, it is easy to invest in automation systems to create the best added value that can recover many times the enormous investment. Design and various convenience specifications play a role in forming added value, and we refer to it as brand value. On the other hand, there is a survey that they can't remember what brand they ride the brand that they don't remember. Bicycles with similar shapes do not have much brand discrimination. This proves that even startups without brand power can compete if they have merit in terms of quality and price.     


 The environmental changes in the cargo bike market have occurred twice. The first is the 2015 Paris Climate Change Accord. It is an agreement that limits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s entering the city center and ultimately changes all means of transportation in the city to be eco-friendly. Regulations and subsidies have become visible, mainly in North America and Europe, where cars are already saturated. However, the supply of charging stations was a crucial variable for electric vehicles, which are the representative of eco-friendly vehicles. Electric vehicle users felt uncomfortable when compared to the conventional five-minute refueling method, which takes at least 20 minutes even if fast charging was performed. In addition, users felt uncomfortable due to the shortage of charging stations, and the limitations of the commercial strategy that electric vehicles are optimized for urban areas were gradually revealed. The bicycle industry has become a time to break the technical constraints that were tied to traditional. This is a change of the second market environment. The bicycle power system developed by automobile parts makers became a fuse that doubled the function of bicycles. It could have the status of a bicycle if it only kept the power and speed limits. Both bicycle paths and general roads can be used, and removable batteries can be driven long distances without charging stations. In addition, the most expensive point in the logistics industry is the delivery section at the end of the city called ‘lastmile delivery’. The decisive moment for cargo bike to emerge in this section was the rapid increase in order volume from e-commerce due to the pandemic. Through various changes, it has been believed that cargo bikes can serve as a complement or substitute for cargo truck in the distal delivery section.    

 

 However, this belief is a little different from the confidence that business will succeed. Because someone may achieve historical success, not everyone who starts it. The beginning of eccov was not so much a belief in the future that Cargo Bike would make, but rather a vagueness and urgency that that belief might save us. The technology of the car was too huge for start-ups to utilize. In fact, no one was very interested in Korea. eccov is experiencing both blind faith, desperation and the real changes it has made. In the beginning, Cargo Bike in Korea I've never expected it. However, we have contributed to the legal status of cargo bike, which did not even exist in Korea. Perhaps this series of processes is like finding a gold mine while picking a pickax to dig a well. But I'm still thirsty because I don't have the water I'm looking for. “Cheonsudapap(天水畓)” is a rice paddy that relies solely on rainwater for water supply without a separate measurement or pumping facility. Cargo bike startups in Korea are farming on dry rice fields, but we can't neglect farming just because it doesn't ra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