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예고 없이 인생의 변곡점을 만나는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떠밀리듯 도착한 자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문득, 깊은 수렁 속으로 천천히 이끌리듯 걸어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
젊을 때의 나는 달랐다.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벽이 보이면 넘으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에너지는 바닥났고, 마음은 쉽게 지친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일도 처음이다.
홀로 양육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용기와 책임을 요구한다.
매일이 처음이고, 매일이 시험 같다.
나는 스스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계획도, 눈부신 성취도 없이
그저 오늘을 무사히 넘기는 것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다고 믿었다.
오늘 아이 상담을 다녀오는 길, 상담사가 말했다.
“버티는 것도 에너지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어딘가가 조금 따뜻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에너지를 써가며 버티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버틴다는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주저앉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졌다.
겨울 내내 얼어붙어 있던 공기가 조금씩 풀리듯,
내 마음도 아주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다.
혹독한 날씨 속에서는
인생의 겨울도 더 길고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도 봄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시련에도 계절이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따라
나도 무엇이든 조금씩 해보고 싶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을 살아냈듯,
내일도 살아내는 것부터.
버티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인생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