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센치한 날.

by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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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항우울제를 세 알이나 먹고 있지만, 흐린 날에는 유난히 더 우울한 감정이 스며든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은 고독이라고 했던가.

어린 시절의 환경부터 시작해서, 나는 왜 사람들과 친밀하게 가까워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지 마흔이 되는 동안 수없이 생각해 왔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남편과 헤어진 뒤, 내 곁에 남은 가족은 아이와 여동생 둘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매일 외로움과 싸우며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앱 하나만 켜도 이성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만남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가벼운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고,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에게 사람에 대한 조심성과 경계심을 함께 안겨주었다.

아이만큼은 다행이다.

저녁이 되면 아이는 미주알고주알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작은 이야기들이 나의 외로움을 조금 덜어준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

사람을 만나려면 모임에도 나가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고, 경제적인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보니 스스로를 꾸미고 싶은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

요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젊고 예쁜 사람이 더 사랑받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돈도 많지 않고, 그 돈은 대부분 아이에게 쓰게 된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경제적인 활동을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돈을 버는 일이 힘들더라도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가에서 받는 수급비로는 기본적인 생활만 겨우 유지할 수 있다.

상담심리학 공부도 하고 있지만, 이 공부가 정말 직업이 되어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근로능력 평가에서 근로 무능력 판정을 받은 사람이니까.

가끔은 이런 삶이 조금 서글프게 느껴진다.

적당히 사회생활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도 하고,
아이도 잘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제 읽은 책에서는 어린 시절의 환경이 인간의 삶에 평생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젊고 예쁠 때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도 이성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며 아이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이 되었다.

앱에서 만나는 가벼운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날씨가 흐린 날에는 감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나에게도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면 좋겠다.
경제적인 능력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겠다.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도서관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가고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무엇보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어린 시절의 환경을 원망하기보다는
그것을 조금씩 넘어설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날들이 내 삶에도 찾아오기를.

그래도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이렇게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다시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한,

나는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기도해 본다.

고독 속에서도
나와 아이의 삶이 조금씩 단단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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