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경우 첫째는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강해서 주관이 뚜렷하다. 대신 감정선이 길어서 하기 싫은 일을 시키면 부정적 반응이 오래간다. 첫째의 경우 어린이집의 낮잠 시스템, 그리고 연령 특성상 아이들을 유치원에 비해 조금 더 과보호하는 면이 잘 맞지 않았다. 초보 엄마인 나는 그 당시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몰랐고(유치원 시스템을 몰랐으므로), 3살 때부터 가정 어린이 집을 보냈는데 보내는 내내 아이는 어린이 집을 가기 싫어했다. 그래서 4살 때 조금 더 큰 어린이 집으로 옮겼는데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정말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징징거렸다. 사실, 아이는 세 살부터는 낮잠을 자기 싫어했고, 네 살부터는 낮잠을 거의 안 잤다. 나는 오전만 보내보기도 하고 점심시간 동안 하는 특별활동도 시켜보았지만 아이의 어린이집 거부 현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안 보내기도 힘들었다. 결국, 5살 여름 유치원으로 옮겼고, 유치원의 자율적인 시스템과 낮잠 시간이 없는 점이 아이와 잘 맞았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도 무척이나 다정했다. 그리고 첫째는 그곳에서 무사히 유치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했다.
그런데 첫째가 유치원에 가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유치원이 멀어서 통학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었다. 두 아들 다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버스 시간은 8시 20분으로 일렀다. 큰 아이는 5살이지만 둘째는 3살이어서 통학 시간을 맞추기가 꽤 힘들었다. 나는 주변에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이면 전쟁통이었다. 게다가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나가면 다른 아이들을 태우느라 아이가 꽤 오래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주변에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유치원은 없었고 다니기로 한 유치원이 꽤나 맘에 들었다. 그래서 둘째도 같은 유치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해에 나는 그 유치원이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아이들은 아침잠을 푹 잤고, 나는 평화로운 오후를 맞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유치원을 보내기는 좋지만, 초등학교가 제법 멀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사 가는 집이 많은 동네이다. 그래서 그런지 놀이터에서 새로 사귀는 엄마들마다 나에게 묻는다.
"00 엄마는 왜 이 동네로 이사 왔어요?"
"첫째 유치원 때문에요."
오직 등 하원 시간이 힘들어서 이사를 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한다. 하지만 나는 매일 유치원 버스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이사가 쉬운 여자였다. 이사는 하루 이틀이면 끝나지만 등원은 매일 전쟁이다. 나의 성향 상 한 번에 끝나는 스트레스는 크더라도 잘 견디는 반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작은 스트레스에는 취약했다. 무엇보다 목이 쉬게 아이들을 아침마다 깨우면서 마음이 늘 안 좋았다. 혹자는 굳이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하냐고 하지만 이건 온전히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육아의 방법이나 선택이 꼭 한 가지일 수는 없다. 각자 자신과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답을 찾아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사실 지금 집에서 2년을 못 채우고 또 이사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초등학교가 코 앞에 있고 남편 회사도 코 앞에 있는 동네로 말이다. 처음에는 힘들던 이사가 이제 할만하고 어떤 때는 기다려지니 참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