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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Jun 02. 2021

전업주부로 살아남기

#03 지출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

이제 인정하자. 당신은 사실 당신은 지출 때문에 전업주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연봉이 느는 만큼 당연스럽게 물건을 사들인다. 미니멀이 특별한 시대, 미니멀을 강조하는 시대라는 것은, 역으로 이야기하면 맥시멀의 시대라는 말이다. 소비의 유혹은 달큰하다. 월급이 들어오고 앱을 뒤지며 필요가 아니라 기분으로 쇼핑을 하고, 쏟아지는 신제품을 맛보며, 혹은 명품을 SNS에 박제하며 소비의 시대를 즐긴다.


당연하게도 전업 주부들은 맞벌이 부부처럼 돈을 쓸 수 없다. 현실적으로 외벌이라는 특성상, 특수한 직업군이 아니면 월급이 차고 넘치게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특수한 직업군이라서 돈이 화수분처럼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외발서기를 하는 것처럼 한쪽의 벌이에 가정의 모든 체중을 싣고 있다는 불안감에 전업 주부들은 쇼핑 앱에 돈을 뿌려 댈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하고 구입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전업주부들이 부지런하게 중고 카페를 뒤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수입이 많은 맞벌이의 지출 계획은 완벽할까?

 

월스트리트 저널의 금융자문인 테드 젠킨에 의하면 맞벌이는 부부들은 보상심리로 화려한 휴가를 계획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현실 속의 고된 근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파산학 교수 출신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 맞벌이 부부는 수입이 많다 보니 쉽게 고비용 가계 재정 구조를 만들고, 자녀에게 자신들과 같은 사회적인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지나친 사교육 투자를 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2019년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60, 지출은 504만 원이고, 외벌이 가구는 월평균 소득은 445만 원 지출은 332만 원이라고 한다. 즉 맞벌이 가구는 156만 원, 외벌이 가구는 113만 원의 저축 여력이 있다는 소리이다.  두 사람이 일하는 것과 한 사람이 일을 하고 한 사람은 가정을 돌보는 생활의 차이는 크지만,  실제적인 저축은 43만 원 차이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당신은 한 달 43만 원 줄어드는 저축액 때문에 외벌이를 선택을 못하는 걸까? 아니면 172만 원의 소비 때문에 외벌이를 선택하지 못하는 걸까?


외벌이를 간절히 원하는 당신이라면 지출의 절제를 통해 시간과 여유를 살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가 태어나면 좀 더 여유롭게 육아를 할 수 있다.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기 전까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부라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전전긍긍하며 서로의 야근이나 회식 문제로 배우자와 종종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외벌이는 전업 주부를 하기로 한 한쪽이 가사나 육아를 대부분 담당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덜  누릴 지라도 가정 안의 전체적인 스트레스가 적고, 아이가 있는 경우 학령기 별로 달라지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적응하기도 좋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외벌이의 여유가 생각하는 여유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벌이는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양쪽 다 무한적으로 여유를 부리기는 어렵다. 육아와 가사가 힘들어서 적당한 도움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육아와 가사가 하기 싫고 쉬고만 싶어서 지출을 늘인다면 외벌이 가정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직장에서 힘들다고 내 일을 통째로 넘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전업 주부라는 직업도 자신이 맡은 책임과 업무를 충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외벌이의 여유란, 전업 주부의 여유에서 오는 가족들에 대한 케어, 그리고 가정 안의 밸런스를 의미한다.  


자 전업 주부라는 직업을 간절히 원하지만 망설이고 있는 당신, 43만 원의 저축과 172만 원의 지출을 포기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이미 전업 주부인 당신은 전업 주부라는 직업을 정말 업으로 생각하고 할 일을 다 하고 있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지출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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