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주식에 투자하던 군생활 동안 점점 투자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는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일 저녁에는 주식 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책에 밑줄을 긋고 노트를 채워가며 공부했습니다. 숫자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심리, 차트 뒤에 숨은 시장의 움직임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같은 방을 쓰던 선임과 함께 BOQ(군대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주식 투자를 해온 베테랑이었고,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주가 흐름을 함께 보며 토론하고, 서로의 종목을 분석했습니다. 시장이 상승하면 함께 웃었고, 하락하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습니다. 그 공간은 마치 작은 투자 동아리, 혹은 세상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2007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코스피가 연일 상승했고, 뉴스마다 ‘유례없는 호황’이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내 투자금도 눈에 띄게 불어났습니다. 월급 외에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거의 급여 수준에 이르자, 마음이 점점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전역할 때쯤엔 1억도 가능하겠는데?’
그때의 나는 숫자에 취해 있었습니다.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빠를수록 마음의 여유는 줄어들었고, 불안과 욕망이 교묘히 뒤섞였습니다.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원칙은 사라지고, 단기 수익을 좇는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매일 밤 수익률을 확인하며 잠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계좌를 열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늘 예고 없이 방향을 바꿉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나의 주식 역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빨간색으로 빛나던 숫자들이, 어느새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괜찮겠지” 하며 버텼지만,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추락했습니다. 단 며칠 만에 계좌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새벽, 잠을 자다가 번쩍 눈을 떴습니다. 새벽 2시의 숙소는 고요했고, 나는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았습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파란 숫자들, 그리고 가슴 속을 짓누르는 불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 말이 거짓임을 곧 깨달았습니다. 돈은 단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숫자에는 내 감정이, 내 욕심이, 내 자존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불안, 후회, 초조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계좌 속의 숫자가 나를 들뜨게도 만들고, 절망하게도 만들었습니다. 그제서야 돈이 나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내가 돈에 나를 맡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앗습니다.
결국 주식은 반토막이 났고, 나는 전역과 동시에 모든 종목을 청산했습니다. 크게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상실감이 남았습니다. 인간은 오를 때보다 내릴 때 훨씬 더 고통을 느낀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그때 처음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투자라는 거울 속에서 나 자신을 본 순간이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욕심을 시험하고, 투자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나는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수업료는 언제나 비싸고 한동안 주식이라는 투자처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