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투자 10년

by DJ

전역 후 사회로 나왔을 때, 세상은 마치 새로운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전역하기 전부터 취업을 준비해서 다행히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었고 이제 막 군복을 벗고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급여 명세서에 찍힌 첫 월급을 보며 묘한 뿌듯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이제 나도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무렵 어느 날, 대학 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야, 잘 지내냐? 나 요즘 보험일 하고 있어. 시간 되면 얼굴이나 보자.”
나는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약속을 잡았습니다. 집 앞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말끔한 정장 차림에,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너 이제 사회생활 시작했잖아. 보험 하나쯤은 있어야지. 요즘은 변액 유니버셜이 대세야.”

나는 사실 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보험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죠. 게다가 친구가 그렇게 진지하게 설명하니 괜히 믿음이 갔습니다.


그는 종이에 그래프를 그리며 장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말했습니다. “매달 100만 원씩 넣으면 10년 뒤엔 꽤 큰 돈이 돼.” 하지만 초년생인 내게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보험 상품에 100만원은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나는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럼 50만 원짜리로 줄이자”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건 10만 원만 해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큰돈을 넣지 말아라.”

결국 친구의 체면도 있고, 부모님의 말씀도 무시할 수 없어서 타협점을 찾아 월 30만 원짜리, 10년 만기 변액 유니버셜 보험을 들었습니다. 사실 이게 뭔지도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친구가 말하는 좋은 말만 듣고 덜컥 보험을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천천히 이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변액 유니버셜 보험은 겉으로 보기엔 ‘투자형 보험’이지만, 실제로는 초반에 납입한 돈의 상당 부분이 사업비와 수수료로 빠져나갑니다. 10년 상품이라면 첫 1년치 납입금은 거의 보험사와 설계사의 몫이 되는 셈입니다.


나는 그 사실을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제 와서 해약하면 원금까지 손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납입했습니다. 그 상품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한채 투자했습니다. 그 친구는 10년간 내가 넣은 보험금에 대한 보수를 받았을 테고, 보험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계약 만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납입한 원금은 3,600만 원, 그리고 내가 돌려받은 금액은 4,000만 원이었습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고작 400만 원의 차이, 적립식의 연 수익률로 따지면 약 2% 남짓이었습니다. 은행 예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본전’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통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건 투자였을까, 아니면 체면이 만든 소비였을까.’ 그 친구는 이미 보험업계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처음엔 잘나가는 듯 보였지만, 몇 군데 회사를 옮기더니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마도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그만둔 것 같았습니다.


혼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보험’이라는 이름의 상품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한 것을 믿었다’는 점에서 이미 실패한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의 말을 믿고 시작한 투자는 결국 나의 책임으로 돌아옵니다.


세상에는 친절한 설명보다, 스스로 공부한 확신이 더 큰 안전장치가 됩니다. 그 10년은 나에게 금융 지식보다 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며, 그다음으로 위험한 것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으로 돈을 쓰는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어설프고 순수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던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심만으로는 돈을 지킬 수 없습니다. 돈에는 감정이 통하지 않으며, 숫자는 언제나 냉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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