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이 보험을 추천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거절할텐데 왠지 모르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아내와 제 것을 들엇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미 회사에서 실비보험이 들어 있었고, 갑작스런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각각 월 8만 원짜리 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조금 부담되긴 해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보험은 언제나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장치처럼 포장되어 있었고, 나 역시 그 “혹시”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그 보험을 든 지도 15년이 넘었습니다. 20년 만기 중 15년 동안 꼬박꼬박 납입했습니다. 가끔 자동이체 문자를 볼 때마다 ‘이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켠에서는 “그래도 이제 와서 끊긴 아깝잖아”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습관처럼, 때로는 체념처럼 계속 납입을 이어갔습니다.
최근 문득 그동안 낸 금액을 계산해보았습니다. 총 납입금 약 1,500만 원. 그에 비해 지금까지 쌓인 보험 적립금은 고작 800만 원 남짓. 숫자를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절반정도는 보장보험이고 나머지 절반이 적립식 보험입니다. 모두 ‘결국 또 변액보험 때처럼, 돈의 대부분이 날아가고 있구나.’ 생각해보면, 보험이라는 이름 아래의 상품들은 언제나 “안심”을 팔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사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의 불확실함을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을 채우기 위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합니다.
하지만 그 불안이 사라지는 대신, 매달 자동이체되는 고정지출만 늘어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정을 위해 든 보험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험은 ‘필요해서’ 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서’ 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어느새 무의식의 낭비가 됩니다.
나는 지금도 매달 자동이체 내역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건 아직도 의미 있는 선택일까? 아니면 끊지 못한 미련일까?" 사실 마음속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걸. 하지만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붓고 또 부은 금액이 나를 붙잡습니다.
“이제 와서 끊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마치 오래된 관계처럼, 이 보험은 나에게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15년은 손실의 시간이 아니라,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그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금융 상품의 본질을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돈은 언제나 명분을 좋아하지만, 진짜 가치 있는 지출은 늘 이해 위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앗습니다. 이제 나는 그 보험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더 이상 ‘두려움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은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미루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