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장

by DJ

당시 저는 35살이던 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여러 집을 돌아보면서 점차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정리하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이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가까운 단지, 15년 이내의 연식. 실거주와 미래 가치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임장을 다닐 때 저는 하루에도 같은 집을 세 번씩 찾아갔습니다. 아침에는 햇살이 얼마나 드는지, 점심에는 주변의 소음과 생활 인프라를, 저녁에는 골목의 분위기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낮에는 밝고 활기찬 동네가, 밤에는 뜻밖의 불편함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기차 소리가 밤에는 크게 들리기도 합니다. 직접 걸으며 상권을 살피고, 역까지의 거리도 체크해보고, 카페와 식당, 학원가를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평소보다 더 피곤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점점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직장 다니며, 2명의 아이들을 키워가며 실컷 집을 보러다니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짬을 냈습니다. 12월 31일 회사가 일찍 마치는 날에도 부동산을 보러 갔습니다. 평상시에도 퇴근 후 집에 가기 전 부동산을 들렸다가 갔습니다. 집을 보는 일정이 잡히면 어떻게든 가서 집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수십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부동산의 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단지의 구조나 입지, 향, 조망 같은 요소들이 어떻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배웠고, 실제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활의 디테일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떤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왜 그 집이 좋은지,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집이 어떤 곳인지.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며 점점 ‘우리 가족의 기준’을 세워갔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좋은 집은 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발품에서 찾는다는 사실을. 부동산 공부란 단순히 숫자와 인터넷 상의 정보가 아니라, 냄새와 공기,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네 사는 사람도 어떤 분위기의 사람들인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진짜 동네를 알 수 없고,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진짜 기회를 잡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저는 참 순수하고 겁도 없었습니다. 당시 30대 중반인 제가 집을 보러가면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주인이거나 최소 50대 이상인 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저사람이 집을 사려고 온걸까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아내는 어린 아이를 메고 저와 같이 아파트를 보러가믄 은근히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에서 허위 매물에 속아도 보고, 하루만에 몇천만원 올리는 수법에도 마음 끓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경험이었습니다. 한번 두번 여러차례 그런 매물들을 겪으면서 부동산의 수법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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