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입니다. 마흔이라는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인생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저의 '몸'이었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몸은 언제나 제 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며칠 밤을 새워 야근해도 끄떡없었고,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피로 회복은 걱정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숨 푹 자고 나면 개운해졌고, 감기에 걸려도 이틀이면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전날 소주 한 병을 비워도 다음 날 아침 일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릅니다. 야근이 며칠만 이어져도 몸은 금세 무거운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조금 무리인가' 싶은 느낌이 스치면 여지없이 다음 날 감기나 몸살이 찾아오곤 합니다. 이제는 가벼운 맥주 한 캔조차 다음 날의 컨디션을 걱정하게 만듭니다. 예전 같지 않은 몸의 반응을 마주하며, 저는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체력이 예전만 못하니 자연스럽게 즐기던 것들과도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어울려 밖에서 마시는 술보다 집에서의 '혼술'을 즐기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즐거움을 내려놓았습니다. 술이 주는 찰나의 기쁨보다 다음 날 찾아올 피로의 괴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시간을 운동으로 채우고, 조금이라도 더 잠을 청하며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려 노력합니다.
건강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또 다른 선물은 육아의 여유입니다. 30대의 삶은 그야말로 '육아 전쟁'이었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챙기느라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13살, 11살이 된 아이들은 이제 많은 일을 스스로 해냅니다. 더 이상 아빠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저의 시선은 다시 아내를 향합니다. 아이들 중심이었던 삶의 무게추가 다시 부부 중심으로 옮겨가며, 마치 연애 시절처럼 아내와 자주 데이트를 즐기고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경제적인 여유와 직장에서의 역할 변화도 마흔의 풍경을 바꿉니다. 결혼과 출산 직후에는 아끼고 아껴도 늘 저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40대에 접어드니 급여가 오르고 조금씩 여유 자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안정은 곧 마음의 여유로 이어집니다. 직장에서도 모든 실무를 내 손으로 해치우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고 일을 효율적으로 배분할지 고민합니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마흔 이전의 삶이 앞만 보고 달리는 전력질주였다면, 지금의 삶은 주변을 살피며 호흡을 조절하는 장거리 경주와 같습니다. 달라진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가족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 낯설지만 성숙한 변화들이 저의 마흔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