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매 단계에는 우리를 뒤쫓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저에게 그 그림자의 이름은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10대 시절의 저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며 잠시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사회라는 문턱을 넘고 취업과 동시에 그 감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강박은 단순한 욕심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한 가정을 건사해야 한다는 책임감, 냉혹한 조직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저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들었습니다. 30대는 그야말로 그 강박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낮에는 회사의 실무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부딪혔고, 퇴근 후에는 두 아이의 육아라는 또 다른 전쟁터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격증 공부와 어학 등 자기계발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소진했습니다. 30대의 성공 방정식은 명확했습니다. 나 하나만 잘 해내면, 나만 밤을 새워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라는 개인의 역량이 곧 성적표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마흔이라는 고개를 넘으며 저는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강박에서 기꺼이 벗어나야 하며, 어쩌면 그것을 기분 좋게 초월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40대의 조직 생활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예전의 방식에 갇혀 나만의 완벽함을 부하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잣대만을 들이대면 돌아오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조직의 분열과 역공뿐입니다.
이제는 '내가 잘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잘 나아가는 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혼자 끙끙대며 보고서를 붙잡고 있는 시간보다, 주변 동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배워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 손의 힘을 빼는 연습을 합니다. 직원들과 더 자주 면담하고, 그들의 사소한 불만이나 개선 사항을 귀담아듣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조직의 체질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성취감을 느낍니다.
40대는 조직에서 '허리'에 해당합니다. 허리가 튼튼하고 유연해야 온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듯이, 윗세대의 요구와 아랫세대의 기대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것이 진정한 40대의 실력일 것입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은 자리에 소통의 여백을 채우고, 독단적인 결단 대신 유연한 수용을 배치할 때 조직도 저 자신도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은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라는 좁은 틀을 깨고 '조직과 사람'이라는 더 큰 그림으로 나아가는 더 높은 차원의 도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