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이 매혹적인 이유는 우리가 결코 내일의 페이지를 미리 넘겨볼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삶이 정해진 궤도만을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그 안에는 안락함은 있을지언정 가슴 뛰는 설렘이나 예상치 못한 경이로움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알 수 없는 사건들과 예기치 못한 조우들이야말로 무미건조한 일상에 스릴을 더하고, 삶을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만드는 진정한 요소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고통과 시련은 교묘히 비껴가고 오로지 즐겁고 평탄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존재로 빚어내는 것은 안온한 휴식이 아니라, 등 뒤를 서늘하게 만드는 곤란함과 뼈아픈 실패의 경험들입니다. 평탄한 길만 걸어온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삶의 비경은 대개 험난한 고갯마루 너머에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잃어버림으로써 비로소 얻게 되는 소중한 교훈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보며 뼈저린 좌절을 맛본 이는 소위 '대박'을 쫓는 요행이 얼마나 허무한 신기루인지를 깨닫습니다. 갑작스럽게 쥐게 된 부는 그 무게를 감당할 그릇이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며, 쉽게 얻은 것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쉽게 빠져나간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일시적인 도파민의 유혹에 빠져 요행을 바라던 마음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비로소 성실하게 땀 흘려 일구는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건강을 잃어보는 경험 또한 인생의 나침반을 수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신체의 안녕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눈물겹도록 소중한 것인지 병상에 누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죽음의 문턱이나 질병의 고통을 겪고 나면, 세상을 향해 돋아있던 날카로운 조급증은 씻은 듯 사라집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신체의 한계를 마주하며 인간은 비로소 삶 앞에 겸손해지고, 작은 일상에도 여유와 감사를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삶의 굴곡을 충분히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깊은 우물과 같은 내면의 울림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물론 고생 없는 평탄한 인생을 지향할 수는 있겠으나, 어려움을 피하기만 급급했던 사람은 진정한 행복의 농도를 감별해낼 능력을 갖추지 못합니다. 어둠을 깊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새벽빛의 찬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듯이, 고난은 행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대비가 됩니다.
결국 좋은 일만 일어나는 인생보다, 때때로 원치 않는 악재가 찾아오는 인생이 장기적으로는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실패와 고뇌의 시간을 통과하며 우리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을 배웁니다. 위기 상황에서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어디에 초점을 두어 대응해야 하는지, 무너진 마음을 어떻게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의 근육'은 오직 시련을 통해서만 단련되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비바람이 불어올 때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우산을 펴거나, 때로는 그 비를 맞으며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품격 있는 태도입니다. 고난은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크고 견고한 그릇으로 빚어내기 위해 찾아오는 인생의 서툰 초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