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행운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거리가 생기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의 수많은 관계는 처음의 설렘이 지나고 나면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실망하며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는 세월과 함께 깊이 무르익어, 오래될수록 더 깊은 이해와 단단한 신뢰로 그 빈틈을 채워나갑니다.
시간이 관계를 깊게 만드는 힘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오래 함께했다는 사실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나란히 겪어낸 수많은 계절과 그 계절 속에 녹아 있는 공통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견뎌낸 인생의 모진 어려움들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서로의 못난 부분과 깊은 상처를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그 곁을 지키는 마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서로의 모습을 부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 또한 상대에게 맞게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이 불완전함 속에서의 끊임없는 선택이 관계를 그 무엇보다 견고하게 결속시킵니다.
그렇게 시간이 빚어낸 깊은 관계는 삶의 거친 파도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그런 관계 안에서는 굳이 나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으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고요한 이해가 그 자리에 남습니다. 기쁨을 나눌 때 과장할 필요가 없고, 슬픔을 마주할 때 결코 혼자라는 느낌을 받지 않게 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는, 세월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져 우리가 삶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깊고도 아름다운 축복이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연결된 단 한 사람을 가졌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이 인생의 반려자입니다.